[씨네21 리뷰]
전세계를 무대로 한 여행이 시작된다 <홈>
2015-05-20
글 : 김보연 (객원기자)

지구를 침략한 외계인은 어떤 사연을 갖고 있을까. 어느 날 외계인들이 지구를 찾아와 인간들을 격리 수용한 뒤 도시를 통째로 차지한다. 새로운 ‘집’을 찾은 외계인들은 축제 분위기에 휩싸이고 그중 유난히 들뜬 오(짐 파슨스)는 그만 전 우주에 파티 초대장을 발송하고 만다. 자신들의 천적인 고그족에게까지 지구의 위치를 알려주고 만 것이다. 순식간에 도망자로 전락한 오는 체포를 피해 달아나던 중 잃어버린 엄마를 찾던 용감한 소녀 팁(리한나)과 만난다. 오와 팁은 각자의 목표를 위해 힘을 모으기로 하고 전세계를 무대로 한 여행을 시작한다.

<개미>(1998), <헷지>(2006) 등을 연출하고 <드래곤 길들이기> 등의 제작에 참여하며 경력을 쌓아온 팀 존슨 감독의 연출 복귀작 <홈>은 드림웍스 스튜디오의 기본기가 여전히 탄탄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매력적인 애니메이션이다. 이 작품에는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3D애니메이션 작품에 우리가 기대하는 것들, 즉 보편적인 주제 의식부터 귀여운 캐릭터, 가벼운 유머, 눈을 즐겁게 하는 스펙터클 장면, 마지막으로 어김없이 찾아오는 감동 등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완전히 새로운 건 아니지만 우리가 좋아하던 요소들을 익숙하고 매끄럽게 변주해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예상보다 더 강력히 관객을 끌어당긴다. 특히 ‘타자와의 소통 가능성’이라는, 어찌보면 상투적일 수 있는 주제를 구체화하는 개별 에피소드들은 생동감 넘치는 순간들을 만들어낸다. 지구인이 외계인에게 인상주의 회화를 설명하고, 외계인이 다른 외계인의 아픔에 진심으로 슬퍼해주는 장면들이 대표적인 예이다.

나아가 친숙한 사물과 풍경을 낯설게 바라보는 재기 넘치는 감각은 <홈>에 자신만의 개성까지 더해준다. 이를테면 영화는 슬러시 음료와 화장실 변기는 물론 에펠탑과 호주의 사막까지 전부 재해석의 재료로 불러온다. 이중 에펠탑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화려한 액션 신도 즐겁지만 사막 한복판에 수만명의 인간을 가둬놓은 기묘한 풍경은 이야기를 다르게 해석할 여지까지 열어준다. 밝은 이야기를 들려주면서도 현실의 어두운 이면에 대한 지표를 슬쩍 보여주는 이런 연출은 팀 존슨 감독뿐 아니라 드림웍스의 다음 작품에 대해서도 계속 기대를 갖게 만든다. 비록 몇년 뒤에 사라질 유행어로 만든 한글자막이 감상을 방해하기는 하지만 그 점만 제외하면 언제든지 몰입해서 볼 수 있는 인상적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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