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FF 37.5]
[STAFF 37.5] 진실을 알리고자 하는 사명감으로
2015-05-29
글 : 이예지
사진 : 백종헌
<명량: 회오리 바다를 향하여> 양희 작가

영화 2015 <명량: 회오리 바다를 향하여> 2014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2012 <길 위에서>

TV 2007~ EBS <명의> 1989 MBC <우정의 무대>

“세계를 애정하는 마음이 있고, 사랑하는 것이 많아야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쉽다.” 다큐멘터리 <명량: 회오리 바다를 향하여>의 양희 작가는 본인의 말대로 다방면에 “오지랖이 넓은” 작가다. MBC 예능 작가로 일을 시작하여 EBS <명의> 작가에 이르기까지 방송작가 20여년의 경력에, 이창재 감독의 다큐멘터리 <길 위에서>와 남편인 허욱 감독의 다큐멘터리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의 작가로 일했다. 한편, 아이 둘과 함께 아프리카 케냐를 다녀온 후 <아이가 말했다 잘 왔다 아프리카>라는 서적도 냈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다뤄본 모든 주제에 전문가 버금가는 지식을 갖추고 있었다. 8년간의 <명의> 작업으로 의학 지식을 쌓은 그녀는 월간지 <샘터>에 의학 칼럼을 게재했고, <아이가 말했다 잘 왔다 아프리카>를 출간한 후에는 육아와 관련된 강연을 하기도 했다.

이런 양희 작가의 습득력은 이번 <명량: 회오리 바다를 향하여>에서도 발휘됐다. 김한민 감독에게 제안을 받고 첫 미팅을 한 날, 죽이 척척 맞아 그 자리에서 작업을 결정했다는 그녀는 <선조실록> <난중일기> <징비록> 등 방대한 자료들을 찾고 흡수했으며 김한민, 정세교 감독과 수군재건로를 답사했다. “100을 공부해야 10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게 그녀의 지론. 공부와 논의 끝에 <명량>(2014)의 감독과 배우가 수군재건로를 걷는 현재와 과거의 역사가 교차하여 보여지는 구성의 ‘역사 로드 다큐멘터리’의 기획이 탄생했다.

그녀는 “다큐멘터리는 수집한 사실들을 단순히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선별하고 재구성하는 작업이며, 그 목적과 의도는 ‘설득’”이라고 표현한다. “극영화가 관객을 감성적으로 설득하는 것이라면, 다큐멘터리는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것이다. 다큐멘터리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강력한 매체이기에, 그릇된 발상으로 만들면 자칫 위험할 수 있다. 하지만 상업적 의도에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진실을 담보할 수 있는 매체다. 그리고 진실을 알리고자 하는 사명감이나 신념이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김한민 감독이 <명량>의 성공 이후, 다큐멘터리를 만들고자 했던 이유도 그것에서 찾을 수 있다. “‘영화니까 저러지, 말이 되냐’는 사람들에게 실제 명량해전이 영화에서 묘사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전투였으며, 악조건 속에서 일구어졌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던 게 감독의 의도였다.”

한편, 양희 작가가 내레이션으로 담고자 한 메시지는 김한민 감독의 의도와 같지만 다른 결로 다가온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과거의 누군가가 목숨 바쳐 지켰던 것에 빚을 지고 있다. 살아남은 자들은 다만 기억함으로써 빚을 갚을 수 있는 거다. 그들의 삶의 무게가 얹힌 만큼, 우리는 주어진 삶을 잘 살아내야 한다.” 세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기반으로, 발화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그녀는 20여년의 경력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단단한 내공의 소유자였다.

만년필과 수첩

양희 작가가 언제나 소지하고 다니는 만년필과 수첩. 색색의 잉크와 정갈한 글씨체가 예쁘고 소담하다. 그녀는 시간이 날 때면 좋아하는 책의 글귀들을 필사하면서 스스로를 비워내고, 다시 재충전하는 시간을 가진다. 창작자에게 이런 시간은 무척 소중한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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