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ash on]
[flash on] “고전하는 캐릭터일수록 공감의 여지 생긴다”
2015-05-28
글 : 송경원
일루미네이션 엔터테인먼트 크리스 멜라단드리 회장
크리스 멜라단드리

디즈니-픽사가 전부가 아니다. 현재 여러 북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들이 자신만의 색깔을 뽐내며 약진 중이다. 그 선두에 일루미네이션이 있다. 일루미네이션은 창립과 함께 제작한 <슈퍼배드>(2010)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안정적으로 입지를 다졌다. 2007년 일루미네이션을 창립한 크리스 멜라단드리 회장은 이미 <아이스 에이지>(2002)를 성공시킨 경험이 있는 실력자다. 공식 마스코트이자 <슈퍼배드>의 또 다른 주인공 미니언즈를 전면에 내세운 스핀오프 <미니언즈>는 일루미네이션의 결정체라 해도 무방하다. <미니언즈> 개봉을 앞두고 한국을 방문한 크리스 멜라단드리 회장에게 성공적인 캐릭터의 비결에 대해 물었다.

-과거 픽사, 드림웍스, 디즈니 3강 구도였을 땐 각 스튜디오의 개성이 확실했지만 지금은 다들 비슷해진 것 같다. 일루미네이션만의 색깔을 정의한다면.

=일루미네이션의 핵심은 아무래도 캐릭터다. 다들 캐릭터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우리는 특히 그렇다. 일루미네이션의 캐릭터들은 기본적으로 반항아다.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지점에서 전혀 새로운 걸 들고 나오는 의외성이 매력이다. 물론 관객의 감동을 이끌어낼 수 있는 공감 능력도 중요하다. 재미있는 건 캐릭터의 완성도와 매력에 따라 관객과 공감할 수 있는 여지도 늘어난다는 거다. 요약하자면 반항적인 코미디, 공감을 통한 감동 코드, 그리고 독특한 비주얼의 결합이 일루미네이션이다.

-<슈퍼배드>는 이제 성공한 시리즈다. 당신은 일루미네이션 창립 이전에 이미 <아이스 에이지>를 성공시킨 경험이 있다. 연속해서 시리즈를 성공시킨 비결이 뭔가.

=성공한 시리즈 뒤에는 시리즈를 이끌어가는 유능하고 핵심적인 아티스트들이 있다. <슈퍼배드>의 크리스 리노드와 피에르 코팽, <아이스 에이지>의 크리스 웨지와 카를로스 살다나, <미니언즈>의 카일 발다 감독.

-픽사는 단편을 통해 신인감독에게 기회를 주는 걸로 잘 알려져 있다. 일루미네이션에는 차세대 감독의 발굴을 위한 어떤 전략이 있나.

=우리 역시 일종의 순서를 따르는 편이다. 단편에서 재능을 발휘한 애니메이터들을 찾아내고 그들의 첫 장편을 함께해왔다. 예를 들어 내가 <아이스 에이지> 제작을 맡았을 땐 선택할 수 있는 경험 있는 감독이 없었다. <죠의 아파트>(1996)에서 바퀴벌레들이 춤추는 장면에 반해 특수효과를 담당한 크리스 웨지를 전격 발탁했다. 피에르 코팽, 크리스 리노드, 카일 발다도 같은 경우다. 가장 좋은 예가 <자니 익스프레스>(2014)의 우경민 감독이다. 우리는 이미 그와 <자니 익스프레스>의 장편화 계약을 체결했다. 기대가 크다.

-매력적인 캐릭터의 조건은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

=일단 약간 모자라야 한다. 완벽하면 안 된다. 애쓰고 고전하는 캐릭터일수록 공감의 여지가 생긴다. 둘째는 자신의 상황과 상태를 코미디를 통해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는 이런 캐릭터를 만들고 운용할 수 있는 차별화된 디자인이다. 직관적인 디자인에 대한 선택지는 많지 않다. 나는 일단 재능 있는 아티스트들에게 믿고 맡기는 편이다. 제작자로서 뿌듯하고 감사한 점은 늘 나를 놀라게 하는 뛰어난 팀들과 함께해왔다는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건 뉘앙스를 포착해서 표현할 수 있는 디테일이다. 감사하게도 우리 애니메이션팀은 캐릭터의 미묘한 습관과 제스처를 잘 찾아내고 표현해준다.

-<미니언즈>는 찰리 채플린, 버스터 키튼 같은 무성 코미디영화를 연상시킨다.

=정확하다. 내가 아는 한 <미니언즈>의 피에르 코팽은 늘 무성영화에서 영감을 받는 타입이다. 자크 타티에게서도 많은 영감을 받았고, 무성영화는 아니지만 피터 셀러스의 전통 코미디도 사랑한다.

-<미니언즈>의 케빈, 스튜어트, 밥 중 어떤 캐릭터가 가장 사랑스러운지.

=어려운데. (웃음) 소심한 밥? 다정하고 상냥한 점이 좋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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