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도 극장가에서는 아버지와 딸을 다룬 잔잔한 가족 코미디영화 한편이 흥행하고 있다. 지난 5월8일 개봉한 영화 <피쿠> 얘기다. 영화는 늙은 아버지와 과년한 딸의 일상을 다루며 시작된다. 변비에 시달리는 바바는 노년에 홀아비가 되어 딸 피쿠에게 의존한다. 반면 건축 사무소를 다니는 피쿠는 그런 아버지를 보살피느라 사생활이 없다. 어느 날 딸의 충고를 듣지 않고 무리하다가 의식을 잃은 바바는 다시 깨어나자 고향인 콜카타에 가고 싶다고 말한다. 그리고 딸은 아버지와 함께 갑작스런 여행을 떠나게 된다. 변비로 까탈을 부리는 아버지가 비행기와 기차 여행을 거부하자 딸은 평소 이용하던 라나의 업체에서 택시를 빌린다. 하지만 출발 당일, 약속한 시간이 되어도 차는 오지 않고, 화가 난 피쿠는 라나에게 항의한다. 델리에서 콜카타까지는 무려 1500km가 넘는 거리로, 모두들 괴팍한 노인, 신경질적인 딸과 동행하기를 꺼려했던 것이다. 라나는 어쩔 수 없이 직접 차를 몰고 부녀의 여행에 동참한다. 특히 이들이 여정을 시작하며 바바의 배변 전용 의자를 차 위에 싣는 장면은 압권이다.
<피쿠>는 인도판 <아빠를 부탁해> 같은 코미디영화다. 국민 배우 아미타브 바찬이 아버지 바바 역을, 발리우드의 대표 히로인 디피카 파두콘이 딸 피쿠 역을 맡았다. 이들과 동행하는 라나는 <파이 이야기>로 유명한 이르판 칸이 연기한다. 이름만으로도 무게감이 느껴지는 이들 세 배우의 호흡이 좋다. 아미타브 바찬은 평소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 대신 고집불통의 노인으로 완벽하게 빙의했고, 뚱한 표정의 디피카 파두콘은 아웅다웅하는 부녀의 모습을 재미있게 그려냈다. 이르판 칸은 부녀 사이에 끼어 중재자 역할을 맡으며 존재감을 발휘했을 뿐 아니라 아미타브 바찬과 함께 큰 웃음을 선사한다.
영화의 마지막 순간 델리로 돌아온 피쿠는 집 앞마당에서 라나와 배드민턴을 친다. 실제 디피카 파두콘의 아버지가 국가대표 배드민턴 선수였다는 점을 알고 보면 꽤 재미있는 장면이다. <피쿠>는 시종일관 미소를 머금게 한 뒤 감동의 여운을 남긴다. 변해가는 사회 속에서 가족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인도인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기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