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현실감 있는 지진 재난영화 <샌 안드레아스>
2015-06-03
글 : 이예지

미국 LA소방대의 구조헬기 조종사인 레이(드웨인 존슨)는 아내 엠마(칼라 구기노)와 별거 중이다. 엠마와 딸 블레이크(알렉산드라 다드다리오)를 만나러 간 레이는 엠마가 새 남자 다니엘과 동거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레이는 네바다의 후버댐 붕괴 사실을 전달받고 출동한다. 이때, 첫 지진이 발생한다. 가까스로 레이와 통화가 된 엠마는 레이의 지시대로 건물 옥상으로 올라간다. 헬기의 방향을 틀어 엠마가 있는 건물로 향한 레이는 엠마를 구해낸다. 차 안에 갇힌 블레이크는 우연히 만난 벤과 올리의 도움을 받아 탈출하지만, 지진은 계속된다. 아비규환 속에서 레이와 엠마는 딸 블레이크를 찾아나서고, 블레이크는 벤과 올리와 함께 레이가 구하러 올 수 있는 고지대로 향한다.

영화의 배경이자 제목인 ‘샌 안드레아스’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관통하는 지층으로, 1906년 약 1400명의 사상자를 낸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이 일어난 곳이자 향후 30년 안에 규모9의 대지진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이다. 재난의 범위를 실제 지진이 일어날 법한 국지적인 지역으로 한정한 것은 이 영화의 특기할 만한 점이다. <샌 안드레아스>는 <투모로우>(2004), <아마겟돈>(1998), <인디펜던스 데이>(1996)처럼 화려한 묵시록적 비전을 보여주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의 재난은 온난화도, 멸망의 예언 실현도, 혜성의 충돌에 의한 것도 아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비극적인 무드나 윤리적 인과관계의 개입 없이, 판의 이동이라는 합리적 이유로 일어날 법한 지진을 묘사할 뿐이다. 개연적 설정으로 현실감을 부여하는 이 영화는 정부의 음모나 인류의 구원 같은 거시적인 프레임엔 관심이 없다. 레이는 아내가 위험하다는 말에 구조를 위해 출동하던 헬기를 주저 없이 돌린다. 재난 전체를 인지하고 경고하는 선지자로서의 교수가 등장하지만 그는 레이와 가족과는 일말의 연관지점 없이 이야기의 설명을 도울 뿐이다. 영화는 가족애의 회복이라는 미시적인 서사에 집중하며 슈퍼맨에 가까운 아버지의 활약상을 조명한다.

인류의 구원에 무심해진 장르영화의 이행은 흥미로운 지표이나, 가정의 소중함에의 호소는 지금까지의 관습대로 지루한 대목이다. 그러나 딸의 구출이라는 명확한 목표 아래 상공, 빌딩, 바다를 오가며 끊임없는 볼거리와 다양한 스펙터클을 제공,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는 성실히 수행해냈다. 마지막에 올라가는 성조기까지, 있을 건 다 있는 할리우드 재난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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