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2D의 질감이 뚜렷한 애니메이션 <호야와 토리: 드래곤 숲의 비밀>
2015-06-03
글 : 문동명 (객원기자)

숲속 생쥐들의 마을. 레오폴트 장로는 호야와 토리 중 달의 골짜기에서 빛의 용을 잡아오는 이에게 지도자의 자리를 물려주겠다고 선언한다. 늘 티격태격하는 호야와 토리. 둘은 믿음직한 친구와 함께 목적지로 향하지만 외딴곳으로 떨어지고 만다. 낯선 마을의 지도자가 명령하는 대로 땀 흘려 일하는 호야, 토리, 친구들은 점차 협동의 가치를 배워 나간다.

<호야와 토리: 드래곤 숲의 비밀>은 3D가 주가 되는 어린이애니메이션 개봉작의 추세와 달리 2D의 질감이 뚜렷한 작품이다. 이야기의 방향도 요즘의 유행과 다르다. 빛의 용을 찾기 위한 모험보다는 함께 포도를 따고, 대나무를 베고, 돌을 나르는 등 영화의 테마인 협동을 강조하는 에피소드들이 눈에 띈다. “함께라면 어떤 어려움도 헤쳐나갈 수 있어요.” 위기에 놓인 친구를 절대 지나치지 않을 만큼 정이 넘치지만 덤벙대는 성격에 실수가 잦은 호야와 용감하고 명석하지만 자기중심적인 토리의 캐릭터 구도 역시 서로 힘을 합치는 것의 중요성을 명확히 하는 장치다. 뚜렷한 긴장과 위기 없이 클라이맥스로 가는 과정은 밋밋하다. 한편, 영화가 지향하는 바를 올곧게 고집했다는 인상을 남긴다. 공간을 풍성하게 포착하는 구도와 수채화를 보는 듯한 아름다운 배경들은, <리틀 네모>(1989), <이나중 탁구부>(1995) 등 1960년대부터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온 노장 하타 마사미의 솜씨가 묻어난 결과물이다. <호야와 토리: 드래곤 숲의 비밀>은 2007년 일본에서 제작됐지만, 뒤늦게 국내에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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