롭 브라이든과 스티브 쿠건은 또 한번 잡지의 청탁을 받고 이탈리아 도시들과 그곳의 레스토랑, 낭만파 시인 바이런과 셸리의 흔적을 취재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두 사람은 자신의 커리어, 영화와 음악, 인생에 관하여 대화를 나누며 6일간 이탈리아 곳곳을 돌아다닌다. 그리고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진다.
마이클 윈터보텀 감독의 TV시트콤 <더 트립>(2010) 영화판의 후속편이다. 롭과 스티브가 <옵서버>의 청탁으로 특정한 지역들을 여행하며 유유자적 식도락을 즐긴다는 골격은 비슷하다. <더 트립>이 영국 북부를 여행하며 시인 워즈워스와 콜리지를 떠올렸다면, <트립 투 이탈리아>는 북부 피에몬테부터 남부 나폴리까지 거치면서 바이런과 셸리를 기억한다. 풍부한 대사와 다큐멘터리적 터치에 능한 감독의 장기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포맷이다. 영화가 거두절미하고 시작하고 나면, 러닝타임 동안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두 사람의 (성대모사를 통한) 대화와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풍경이 흥미를 붙든다. 롭과 스티브의 여행이 레스토랑을 리뷰하는 게 목적인 만큼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짤막하게 인물들의 대화 도중 삽입돼 오감을 자극하는 건 물론이다. 두 주인공의 여정은 각자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과의 만남을 보여주며 마지막을 향한다. 여행 내내 붙어다니며 시종 장난 같은 말만 늘어놓던 두 사람이 떨어져 사랑하는 이와 나누는 대화는 노골적인 말없이도 자못 울림이 크다. 마이클 윈터보텀은 그렇게 여행의 즐거움 위에 사람을 새겨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