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실제 해군의 실태를 그대로 재현하다 <연평해전>
2015-06-10
글 : 김현수

의무병 박동혁 상병(이현우)은 “천안함에 남아 있지 왜 여기로 옮겼느냐”는 동기 권기형 상병(김동희)의 반가운 인사를 받으며 평택 해군 2함대 참수리 357호에 재배속을 받는다. 그리고 같은 날 깐깐하기로 소문난 윤영하 대위(김무열)도 참수리 357호 정장으로 부임한다. 사병들과 가장 가깝게 지내며 큰형님 역할을 도맡고 있던 조타장 한상국 하사(진구)는 이때부터 사사건건 윤영하 대위와 부딪치면서 함내에는 긴장감이 감돈다. 때마침 한•일월드컵 기간과 맞물려 북한의 심상치 않은 동향이 포착되고, 참수리 357호는 다소 긴장한 상태에서 작전을 수행한다. 시간은 흘러 새로 부임한 윤영하 대위의 날카로운 군기도 다소 누그러지고 부대원들은 2002년 6월29일, 한국과 터키의 3, 4위전이 열리기만을 기다린다. 하지만 그날 오전, 북한 경비정 2척과 참수리 357호를 비롯한 해군은 참혹하게 교전을 벌이고 박동혁 상병 등 6명의 부대원들이 목숨을 잃고 만다.

영화는 함내에서 생활하는 해군병사들의 훈련 과정과 일과를 상세하게 묘사하면서 정치적인 해석보다는 비교적 똑바르면서도 평범한 에피소드 중심으로 나열한다. 그래서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 썰렁한 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그리고 청각장애를 앓고 있는 엄마를 모시고 사는 박동혁 상병, 올곧은 군인이었던 아버지의 뜻을 이어 정장의 길을 걷고 있는 윤영하 대위, 이제 막 신혼의 단꿈을 이어가며 아빠가 될 준비를 하면서도 군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한상국 하사 등 개인의 사연이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해상 교전 장면 전까지 차근차근 소개되면서 관객을 극적인 상황으로 안내한다.

<연평해전>은 2002년 6월29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북한 함정과 한국 해군 함정 사이에서 일어났던 해전 실화를 영화로 옮겼다. 연출을 맡은 김학순 감독은 실화를 영화로 옮기는 데 있어서 앞서 소개한 이야기보다 프로덕션 디자인에 더욱 공을 들인 듯하다. 극중 해군의 제복부터 구명조끼, 방탄모를 비롯해 실제 고속정과 다를 바 없는 세트 등은 모두 실제 해군의 실태를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철저하게 고증했다. 하지만 무려 20여분이 넘는 마지막 해상 교전 장면에 이르면 영화 전체의 톤 앤드 매너나 리얼리티를 포기해버린 채 전사자들의 영웅적인 면모를 강조하는 데 온 힘을 쏟아 감동이 반감된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실질적인 화자이기도 한 박동혁 상병은 안산에서 자라 천안함에서도 근무했던 인물로서, 2000년대 이후 한국 사회의 근심의 뿌리를 관통하고 있는 인물이다. 표면적으로만 소비되기보다 진지한 접근이 충분히 가능했을 캐릭터라서 아쉬움이 더 크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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