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누군가를 돕는다는 행위에 내포된 폭력과 모순 <세컨 찬스>
2015-06-11
글 : 김소희 (영화평론가)

형사 안드레아스(니콜라이 코스터 왈도)은 트리스탄(니콜라이 라이 카스)과 산느(메이 안더슨) 부부의 아파트를 급습한다. 그곳에서 방치된 아기 소푸스를 발견하고 연민을 느낀다. 안드레아스는 부인 안나(마리아 보네비)와 함께 소푸스 또래의 아기 알렉산더를 키우고 있다. 알렉산더가 매일 밤 울어대는 통에 부부는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한다. 어느 날 밤 알렉산더가 죽은 채 발견된다. 안드레아스는 구급차를 부르려 하지만, 안나는 자신에게서 알렉산더를 잠시라도 떨어뜨려놓을 경우 자살하겠다고 소리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안드레아스의 머릿속에 소푸스가 떠오른다. 부모로부터 방치돼 힘들게 사는 것보다 우리 부부와 함께 좋은 환경에서 자라는 것이 아기에게도 나은 일이 아닐까. 이런 생각으로 안드레아스는 죽은 알렉산더를 데리고 트리스탄 부부의 집으로 향한다.

<세컨 찬스>는 수잔 비에르 감독의 전작 <인 어 베러 월드>(2010)와 여러모로 연결해서 볼만한 작품이다. <인 어 베러 월드>는 엘리아스와 크리스티앙이라는 10살 무렵의 아이들을 중심으로 어른들과 아이들이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을 세심하게 들여다본 영화다. <세컨 찬스>는 소푸스와 알렉산더라는 대조적이면서도 닮은 두 아기를 중심에 두고 이야기를 전개한다. 가정이라는 최소 단위를 바탕으로 해서 결국에는 세계를 아우르는 묵직한 질문을 제기하는 수잔 비에르의 장기가 <세컨 찬스>에서 다시 한번 발휘된다.

<인 어 베러 월드>는 폭력에 대한 보복의 문제를 제기했다면 <세컨 찬스>에서는 누군가를 돕는다는 행위에 내포된 폭력과 모순을 들여다본다. 한쪽은 누가 봐도 열악한 환경이다. 반면 다른 한쪽은 풍족하고 아이를 키우기에 적절한 환경처럼 보인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좋은 환경이 모든 아이에게 꼭 좋지도, 객관적으로 나빠 보이는 환경이 모든 아이에게 꼭 나쁜 영향을 끼친다고 볼 근거는 없다는 것이 영화의 태도이다. 이를 통해 자신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고, 상대편은 그 도움을 기꺼이 받아야 한다고 재단하는 시선 자체가 문제적임을 일깨운다. 넓게는 입양이나 구호활동 등에 관한 문제제기를 하는 것으로도 읽힌다. 한편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 아기의 이름인 소푸스는 <인 어 베러 월드>에서 엘리아스를 괴롭히는 소년의 이름이기도 하다. 2015 본스릴러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 2014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SIGNIS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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