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아유]
[who are you] 문종원
2015-06-16
글 : 정지혜 (객원기자)
사진 : 최성열
<성난 화가>

영화 2015 <성난 화가> 2012 <모피를 입은 비너스>

뮤지컬 2014 <블러드 브라더스> 2013 <노트르담 드 파리> 2012 <레미제라블> 2011 <조로> <올 댓 재즈> 2010 <아이다> 외

연극 2014 <맨 프럼 어스> 2013 <스테디레인> 2012 <백야>

또렷한 쌍꺼풀, 검디검은 눈썹, 푸르스름한 기운이 도는 턱수염까지. 문종원의 얼굴선은 진하고 또 강하다. 단 한번을 봐도 쉽게 잊히지 않을 얼굴이다. 이런 그의 인상이 <성난 화가>에서 더없이 도드라져 보인다. 그가 맡은 이름도 알 수 없는 ‘드라이버’라는 인물은 ‘진하다’는 단어가 미처 품지 못하는 찐득함까지 표현해내는 남자다. 낮에는 택시 기사로 도로 위를 거침없이 질주하고, 밤에는 그가 절대적으로 믿고 의지하는 화가(유준상)와 함께 여성들을 괴롭히는 세상의 악마들을 처단한다. 그렇다고 마냥 거칠기만한 사내인가 하면 그건 또 아니다. “드라이버는 자신이 멋있어 보이길 바란다. 그런데 자신이 멋지지 않다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보통의 사람들도 그런 감정을 느낄 때가 있지 않나. 겉으로는 강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인간적인 드라이버다. 그 매력에 무척 끌렸다.”

“잘해보고 싶은 욕심나는 인물”인 드라이버가 되기 위해 문종원이 넘어야 할 산은 만만치 않았다. 몸집을 키우기 위해 일부러 살을 10kg 가까이 찌우고, 액션 장면을 보여주기 위해 주짓수도 배우고, 촬영 당일 서너 시간씩 온몸에 타투를 그려넣는 분장도 해야 했다. 수위가 꽤 높은 노출 신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주저하기보다는 밀어붙이는 쪽이었다. “스트레스가 있긴 했지만 스트레스라는 건 모든 작품을 할 때마다 다 있는 거 아닌가. 이번의 스트레스는 그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일단 작품을 하기로 했으면 더 이상의 고민은 없다. 늘 그랬지만 쉬운 길을 택한 적이 없었다. 나에게 조금 불편한 게 오히려 내게 가르침을 준다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으니까.”

문종원의 이 담대함은 어쩌면 그가 대학 시절부터(단국대 연극영화과 98학번) 지금까지 연기를 해오며 스스로 터득한 지혜일지도 모른다. 영화는 <모피를 입은 비너스>(2012)에 이어 두 번째 작품이지만 그는 이미 뮤지컬과 연극 무대에서 자기 색 분명한 배우로 탄탄한 길을 닦아왔다. 특히 그는 한국에서 초연한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자베르 역으로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통틀어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레미제라블>을 하기 직전에 우울증이 심했다. 그동안 내가 맡은 역할들이 대체로 자살하거나 맞아죽거나 하는, 최악의 상태에 이르는 인물이 많았다. 힘들었다. 그때 자베르 역의 오디션 소식을 들었는데 불현듯 자베르가 내가 그동안 해온 비극적인 인물들의 정점에 있는 것 같았다. ‘이 역할을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자 힘들었던 감정도 다 사라지고 내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생기더라.” 그해 내내 그는 자베르로 살며 온 에너지를 무대에 쏟아부었고 그 끝에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남우조연상까지 품에 안았다.

배우로서의 굴곡 속에서도 그가 항상 생각하는 게 있다. “늘 배우로서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내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한다. 내 연기에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 좋은 사람이 되는 게 우선이다. 조금 더 마음의 여유를 갖고 내적으로 단단해지고 외적으로 유연해지길 바란다.” 그래서 그는 올해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계획 없음”으로 답을 이어간다. “데뷔하고 지금까지 쉬지 않고 일을 해왔다. 올해는 좀 쉬면서 일이 아닌 개인적으로 해보고 싶은 걸 하나씩 해나갈 생각이다. 딩기요트 타고 바다 한 바퀴 도는 것도 좋지 않겠나. (웃음)” 얼마 전 그는 세 번째 영화 <지젤 다시 태어나다>의 촬영까지 마쳤다고 하니 더없이 가벼워진 마음으로 바다로 향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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