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발칙한 청춘들이 벌이는 돈가방 추격전 <나의 절친 악당들>
2015-06-24
글 : 김성훈

“취직해서 월급쟁이 따까리가 된다는 거, 그래서 멍청한 윗대가리들 말에 복종하면서 산다는 거, 그건… 좆같은 거다, 슬프게도.”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나오는 지누(류승범)의 내레이션대로 지누는 정체불명의 조직에서 상관(김응수)의 명령을 따르고 있는 인턴 직원이다. 모든 것을 손에 넣을 수 있는 돈과 권력을 갖춘 기업 회장(김주혁)을 감시하는 게 그의 임무다. 지누는 회장의 저택에서 나온 차를 추격하고, 그 차는 우연히 트럭과 충돌한다. 교통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무전으로 연락받은 나미(고준희)는 레커차를 몰고 현장으로 출동해 지누가 쫓던 차를 자신의 폐차장으로 끌고 간다. 폐차장에서 만난 지누와 나미,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 야쿠부(샘 오취리), 세 사람은 폐차 안에서 거액이 든 돈가방을 발견하고, 돈가방 속 돈을 나누기로 입을 모은다. 회장의 부하들과 지누가 소속된 정체불명의 조직이 그들을 쫓는다.

임상수 감독의 신작 <나의 절친 악당들>은 돈 없고, 힘 없는 청춘들이 돈과 권력 모두 가진 기성세대의 돈을 갖고 튀는 발칙한 블랙코미디다. 감독의 전작 <하녀>(2010)나 <돈의 맛>(2012)에서 자본과 권력 그리고 계급을 신랄하게 풍자한 적은 있지만, 그가 20, 30대 청춘과 그들이 겪고 있는 현실을 들여다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물론 임 감독은 2000년작 <눈물>에서 가출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다룬 적 있다). 영화의 초반부, 임상수 감독이 돈가방을 실은 차를 운전한 사람을 직접 연기했는데, 교통사고를 당해 죽는다. 지금까지 만든 영화를 잊고, 새로운 영화를 만들겠다는 감독의 선언처럼 보이기도 해서 단순한 카메오 출연이라고 하기엔 의미심장하다.

그럼에도 이 영화에는 임상수 감독의 인장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지누와 나미 두 주인공과 회장 부하들의 추격전을 통해 진짜 악당들의 부조리한 면모들을 들추어내고, 그들의 위선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한다. 야쿠부를 통해 한국 사회의 외국인 노동자 차별 문제를 꼬집는다. 다소 거창해 보이는 주제와 달리 이야기는 가볍고, 단순하며, 빠르다. 다만 지누와 나미, 두 주인공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고, 청춘들의 무정부주의적인 행동이 이미 여러 작품에서 익히 봐왔던 소재라 이야기가 그리 새롭지도, 통쾌하지도 않은 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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