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희망보다 절망을 먼저 배운 아이들의 이야기 <학교반란>
2015-06-24
글 : 이주현

간판은 대안학교이나 실상은 문제아들의 집합소인 국제예술학교에서 2명이 죽고 1명이 살아남은 자살사건이 발생한다. 사건을 담당한 형사 앞으로 배달된 ‘학교24시’라 이름 적힌 메모리카드엔 국제예술학교에서 벌어진 일들이 소상히 담겨 있다. 영화감독이 꿈이라며 늘 카메라를 들고 다니던 상철(신재승)이 기록한 영상이다. 수업시간엔 자거나 떠들고, 쉬는 시간엔 춤추고 담배 피우고, 방과 후엔 술 마시며 노는 게 전부였던 태수, 경미, 소연 등은 승진(우주원)의 제안으로 학교 밴드를 결성한다. 전학생 미수(신지수)도 밴드에 보컬로 가담하고, 음악 선생으로 부임한 ‘내 귀에 도청장치’의 보컬 이혁(이혁)도 밴드부 담당 선생으로 합류한다. 그러나 폭력적인 아버지로 인해 음악에 대한 꿈을 꺾어야 했던 학교 일진 광호(황성현)는 점점 심하게 친구들을 괴롭히고 밴드부 멤버들과 갈등을 빚는다.

<학교반란>의 학생들은 제 입으로 학교를 ‘시궁창’, ‘정신병원’이라 부른다. 학교엔 폭력이 난무한다. 아이들의 보호자는 없다. 교사와 학생 사이엔 존중이 없다. 친구와 친구 사이에도 신뢰가 부족하다. <학교반란>은 학교폭력과 문제아들을 다루는 영화의 클리셰들을 한데 모아놓은 영화다. 영화를 만든 송동윤 감독은 그러나 이것이 엄연한 현실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대안학교의 교장을 역임한 송동윤 감독은 아이들을 방치하는 학교를 고발하기 위해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희망이 아니라 절망을 일찍 배운 아이들의 이야기가 적나라하게 그려지지만, 충만한 문제의식을 잘 다듬어 표현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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