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건재 감독의 <한여름의 판타지아>(2015)는 일본의 나라국제영화제가 지원하는 영화 제작 프로젝트 ‘NARAtive’를 통해 만들어졌다. 특히 이번 작업에는 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인 가와세 나오미 감독이 장건재 감독과 함께 공동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리며 영화의 완성을 조력했다. 그녀는 나라를 기반으로 활동하며 자전적 이야기를 영화로 옮겨온 독특한 이력의 연출자다. 서면으로 가와세 나오미에게 영화제 수장이자, 프로듀서, 연출자로서의 역할에 대해 물었다.
-제2회 나라국제영화제에 출품된 장건재 감독의 <잠 못 드는 밤>(2013)을 보고 차기작의 제작 지원을 결정한 걸로 안다. 그의 작품의 어떤 면에 끌렸나.
=심사위원 모두 <잠 못 드는 밤>의 비관습적이고 정형화되지 않은 영화적 구조가 보는 이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말했다. 영화제를 운영하는 내 입장에서도 한국의 영화인과 협업하는 것이 무척 흥미로울 것 같았다.
-<한여름의 판타지아>의 배경인 고조시는 당신의 첫 번째 장편 <수자쿠>(1997)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고조를 잘 모르는 장건재 감독에게 이 도시를 어떻게 소개했는지 궁금하다.
=장건재 감독에게 있는 그대로의 고조를 보여주려 했다. 고조는 지속적인 인구 감소로 골머리를 앓는 곳이다.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노인들만이 조용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게 이 도시의 전부라면 사실상 고조의 밝은 미래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고조는 오랜 역사가 깊게 배어있는 공간이다. 장건재 감독이 고조의 이면에 숨겨져 있는 ‘진짜’를 재발견해 수면 위로 끄집어내길 바랐다.
-감독이 아닌 프로듀서로 이번 작품에 합류했다. 당신이 생각하는 프로듀서로서의 미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프로듀서는 감독이 작품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옆에서 계속해서 북돋는 존재다. 물론 완성된 영화가 더 많은 곳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드는 것 또한 프로듀서의 몫이겠다.
-장건재 감독은 “나라현이 가와세 나오미 감독의 세트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어떻게 앵글을 잡아도 가와세 영화의 인서트를 보는 느낌이 들 때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자신만의 앵글을 찾으려 애썼다고도 하더라.
=기술적인 이유로 장 감독과 후지이 마사유키 촬영감독이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혹여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게 내 예술적 감성을 강요하는 모양이 될까 우려돼 일부러 조금 거리를 두기도 했다. 장건재 감독이 끌고 가는 현장에서 그만의 예술적 독창성이 마음껏 발휘됐으면 해서 많이 개입하지 않았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의 개막작인 <앙: 단팥 인생 이야기>가 하반기 한국에서 개봉한다. 준비 중인 또 다른 장편영화가 있다면 소개해 달라.
=돌아오는 9월 DMZ국제다큐영화제에서 내 삶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약 8년간 작업한 것으로, 굉장히 사적인 이야기다.
-내년에 4회를 맞이하는 나라국제영화제는 어느 정도 준비가 되고 있나. 또한 나라국제영화제가 어떤 영화제로 성장하길 바라는지도 묻고 싶다.
=영화제작을 지원할 뿐 아니라 여러 영화를 소개해 국가와 문화간의 상호 이해와 존중을 증진하는 데 힘쓰고 싶다. 나라국제영화제의 미션 중 하나는 젊은 영화인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그들이 이 영화제를 통해 성장하고 세계를 누비며 활발히 활동하길 바란다. 나라국제영화제의 든든한 지원군은 바로 그들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