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T-800 IS BACK !!!
2015-06-29
글 : 안현진 (LA 통신원)
7개의 키워드로 살펴본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아놀드 슈워제너거 등 출연진 인터뷰

2015년의 할리우드에 ‘프랜차이즈 부활의 해’라는 부제를 달아도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가 이 흐름의 문을 열었고, <쥬라기 월드>는 전미 박스오피스 개봉 기록을 갈아치웠다. 올 7월과 12월에 각각 개봉하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와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는 프랜차이즈를 부활시키는 동시에, 새롭게 시작될 3부작들의 첫편들이기도 하다. 이들은 단순한 리메이크나 속편이 아니라 프랜차이즈를 현대에 되살리는 사명을 띤 전사들이다. 오리지널로부터 평균 25년이 지난 뒤에 만들어지는 만큼, 과거의 팬들과 새로운 세대의 관객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오리지널에 충실하되 새로워야 하며, 정교한 스토리와 화려한 영상, 흠잡을 데 없는 컴퓨터그래픽은 필수적이다. 이렇게 까다롭게 만들어진 영화들이다 보니, 기대는 크고 소문은 많다.

여기에 풀어놓는 7개의 키워드는, 7월2일 개봉을 앞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를 둘러싼 소문과 기대, 추측과 사실을 모은 것이다. 개봉이 2주가량 남은 이 시점에도 영화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보다 미스터리한 면이 더 많다. 중간에 스크립트가 유출되는 등의 뻔한 사고는 있었지만, 다른 프랜차이즈 영화들과는 달리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는 실제로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 궁금해지는 영화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영화를 보고 싶게 만드는 건, 이 프랜차이즈의 유산인 ‘터미네이터’를 연기한 아놀드 슈워제네거다. 지난 3월21일, 아놀드 슈워제네거를 비롯한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의 제작진과 출연진을 만났다. 이때 나눈 대화를 지면으로 전한다. 사라 코너와 존 코너를 연기한 두 배우, 에밀리아 클라크, 제이슨 클라크와 가진 인터뷰도 함께 전한다.

1. 제임스 카메론이 인정한 영화

파라마운트 픽처스가 전세계 기자들을 모아놓고 8분짜리 트레일러를 연속해서 보여준 것이 지난 3월이다. 아직 CG작업이 끝나지 않은, 완성과는 거리가 먼 화면이었다. 카일 리스(제이 코트니)가 심판의 날 직후 폐허가 된 지구를 회상하는 독백으로 시작하는 트레일러는, 인간 저항군의 우두머리가 된 존 코너(제이슨 클라크)를 비추더니, 사라 코너(에밀리아 클라크)와 T-800(아놀드 슈워제네거), 그리고 T-1000(이병헌)을 같은 시간과 공간에 놓음으로써, 영화 속의 시간이 완전히 뒤섞였다는 것을 암시했다. 트레일러를 본 뒤 기자들은 앨런 테일러 감독에게 제일 먼저 “제임스 카메론은 이 영화를 봤냐”고 물었다. 카메론이 창조한 세계이니 그렇게 묻는 것은 당연했지만, 그 당시 확답은 듣지 못했다. 그리고 3개월이 지났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의 개봉을 앞두고, 제임스 카메론은 완성된 영화를 본 모양이다. 그리고 엄청나게 감동을 받았나보다. 어느 정도 감동을 받았느냐면, 그가 감동받았다는 사실을 말하는 비디오를 만들었을 정도다. 카메론 감독은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를 두고 “첫 두편에 대한 존경심”이 담겨 있다고 평가했는데, 아마 새 영화가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칭찬일 것이다. 그는 또 “이 영화가 프랜차이즈를 되살리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터미네이터> 프랜차이즈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름 둘이 있다면, 제임스 카메론과 아놀드 슈워제네거일 것이다. 아놀드 슈워제네거는 출연하고, 제임스 카메론은 호평을 했으니,영화는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다.

2. 아놀드 슈워제네거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는 첫편으로부터 무려 31년 만에 부활하는 프랜차이즈의 신작이다. 제임스 카메론은 <터미네이터> 프랜차이즈로 돌아오는 대신에 <아바타> 프랜차이즈를 선택했다. 그래서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는 모든 것이 바뀌었다. 그렇지만 그중에서 딱 한 가지 바뀌지 않은 것이 있다. T-800을 연기한 아놀드 슈워제네거다. 슈워제네거가 아닌 T-800은 상상할 수도 없다. <양들의 침묵> 이후 <한니발>에서 줄리언 무어가 조디 포스터를 대신했을 때도 팬들의 반발이 심했지만, 슈워제네거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터미네이터 그 자체라, 그를 대신할 수 있는 배우가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영화의 존폐가 그에게 달려 있는 듯하다면 지나칠까? 제작진에 만약 슈워제네거가 출연을 고사했다면 대안이 있었냐고 물었다. “깊고 깊은 수렁에 빠져들었을 것”이라고 웃으며 넘겼다. 영화가 기획 단계에 있을 때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아놀드에게 좋은 역할을 써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터미네이터>라는 세계를 존중하는 것만큼이나 아놀드 슈워제네거에 대한 존경도 카메론 감독에게는 중요했던 모양이다.

3. 타임라인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는 복잡한 타임라인의 영화다. <터미네이터>(1984)와 <터미네이터2>(1991)의 캐릭터가 같은 공간과 시간에 놓이는 등 기존의 시간 설정이 뒤섞여 있다. 사라 코너를 구하라며 카일 리스가 보내진 시점은 1984년이지만, 그곳에서 카일이 만나는 사라 코너는 1984년의 순진하고 연약한 여대생이 아니라 1991년 <터미네이터2>에서의 강인한 여전사다. 그리고 등장하는 T-1000의 존재는 이 영화의 시간이 완전히 뒤섞였다는 것을 확인해준다. 도대체 T-1000이 1984년에서 뭘 하고 있는 걸까? 폐점한 의류할인점에서 T-1000에게 쫓기던 카일 리스는 거대한 트랙터를 몰고 나타난 사라 코너와 만나는데, 사라는 카일과 만날 걸 알고 있었다는 듯 “살고 싶으면 따라오라”고 외친다.

지금까지 알려진 단서에 따르면, 영화 속 과거가 달라진 시점은 T-800이 아직 소녀였던 사라 코너를 구하면서부터다. 미래에서 보내진 터미네이터들에게 부모를 잃은 사라를 보호하기 위해 존 코너가 T-800을 보내왔고, T-800은 사라 곁에 남아 아버지 같은 존재가 된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궁금해진다. <터미네이터>의 전설적인 장면을 만들어낸, 나체의 T-800은 새 영화의 타임라인에서는 등장하지 않는 걸까? 그럴 리가. 나이 든 아놀드와 조금은 촌스러웠던 근육질의 아놀드를 한 화면에서 보는 진귀한 기회를 제작진이 놓칠 리 없다. 트레일러에서도 이미 공개됐지만, 30년이라는 시차를 두고 한 배우의 다른 두 몸을 보는 일은 기괴하면서도 묘한 감동이 있다.

4. 스포일러 마케팅? 반전 마케팅?

지난해까지만 해도 팬들은 <터미네이터: 제니시스>가 오리지널 <터미네이터> 1, 2편을 교과서처럼 따르며 만들어진 리메이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두달 전 공개된 두 번째 트레일러는 존 코너가 T-3000이라는 것을 드러냈다. 이어서 공개한 포스터도 보란 듯이 피부 아래의 기계를 드러낸 존 코너를 전면에 세워, 그가 더이상 인간저항군의 리더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심지어 존 코너는 “나는 인간도 아니고, 기계도 아닌, 그 이상”이라고까지 말한다. 그러니까 존 코너가 터미네이터가 됐다는 것은 스포일러도 아니다. 그런데 앨런 테일러 감독은 엄청난 반전을 예고한다. “반전은 제임스 카메론이 만든 1, 2편의 DNA나 마찬가지다. 그가 아놀드(슈워제네거)의 캐릭터를 이용한 것을 보라. 그 누가 첫편의 악당이 속편에서 선인이 될 거라고 상상했겠나?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도 처음엔 관객이 기대하는 바를 보여준다. 그러고는 확 뒤집는다. 이 영화를 보는 관객은 익숙한 스토리와 캐릭터를 믿으며 영화에 빠져들겠지만, 예상하지 못한 것을 보게 될 거다.”

5. 이병헌

이병헌이 T-1000으로 캐스팅됐을 때 의아했던 게 사실이다. <터미네이터2>에서 T-1000을 연기한 로버트 패트릭 역시 아놀드 슈워제네거만큼이나 인상적인 캐스팅이었기 때문이다. 금속이 됐다가 액체가 됐다가 인간이 되기도 하는 T-1000 역시 <터미네이터>의 잊지 못할 캐릭터임에 분명했다. 하지만 제작진은 이에 대해 명쾌하게 정리한다. “<터미네이터2>를 본 사람이라면, T-1000이라고 말했을 때 즉각적으로 경찰 유니폼을 입은 로버트 패트릭을 떠올릴 것이다. 그것을 그대로 가져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캐스팅을 물색했다. 특별하면서도 독특하고 소름끼치며, 동시에 무서운 배우가 필요했다.” 함께 출연한 제이 코트니에 따르면 이병헌은 촬영장에서도 소름끼치게 연기를 잘했다는 후문이다.

6. 오마주

<터미네이터3: 라이즈 오브 더 머신>과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에는 미안하지만,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는 첫 두편에 대한 오마주를 감추지 않는다. 첫째로 영화의 무대가 되는 로스앤젤레스를 비추는 방식이다. 제임스 카메론의 첫편에서 그려진 로스앤젤레스는 푸르스름하고 스산한 도시였다. 앨런 테일러의 로스앤젤레스도 푸르고 어둡다.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에서 로스앤젤레스가 회갈색의 폐허가 된 것과는 전혀 다른 색감이다. 장르영화 전문 블로그 io9.com은 심판의 날 이후 존 코너의 얼굴에 남겨진 흉터마저도 비교해, <터미네이터: 제니시스>가 오마주를 바치는 영화를 분명히 가려냈다. 새 영화에서 제이슨 클라크는 왼쪽 뺨에 진한 흉터를 가지고 있다. 이 흉터의 모양은 <터미네이터2>에서 마이클 에드워즈가 연기한 존 코너와 가장 유사하다. 3편의 닉 스탈이나 4편의 크리스천 베일의 흉터와는 많이 다르다.

7. T-800부터 T-5000까지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에는 모두 4개의 터미네이터 모델이 등장한다.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연기한 <터미네이터>의 원조 모델인 T-800과 이병헌이 연기한 T-1000, 존 코너가 분한 T-3000과 <닥터 후>의 매튜 스미스가 연기하는 T-5000이 그 모델들이다. T-800과 T-1000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져 있지만, T-3000과 T-5000에 대한 정보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의 제작 소식과 함께 점점 알려졌다. T-3000은 인간과 기계의 하이브리드로, 다른 터미네이터들이 임무 수행에 계속 실패하면서, 카일리스와 사라 코너를 죽이기 위해 만들어졌다. T-5000은 나노 로봇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모델인데, 모델 T-5000의 등장에 대해서는, 나노 바이러스에 감염된 존 코너가 T-5000으로 변이한다는 루머가 돌았었다. T-5000은 사람을 세뇌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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