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FF 37.5]
[STAFF 37.5] “타투는 이야기”
2015-07-03
글 : 정지혜 (객원기자)
사진 : 백종헌
<성난 화가> 타투이스트 에르난, 모글리
모글리, 에르난(왼쪽부터) .

영화 2015 <성난 화가> <뷰티 인사이드>

뮤직비디오 2015 박재범 <몸매> 2012 BAP <POWER> 2009 아이비 <터치미> 외

걸어다니는 타투 도감이랄까. 손등에는 음영감이 돋보이는 여인의 얼굴이, 양팔에는 꿈틀대는 용의 문양이. 보이는 곳은 죄다 타투다. “내 몸에 타투 하나 없이 어떻게 다른 사람의 몸에 타투를 그릴 수 있겠나. 샤워할 때마다 타투를 보며 아쉬운 부분을 찾고 다음 작업에 반영한다.”(에르난) “내게 직접 타투를 그려넣으면서 타투이스트라는 직업에 관심이 생겼다. 타투를 받을 때는 정말 아픈데 끝나고 나면 묘한 쾌감이! (웃음)”(모글리)

에르난과 모글리. 두 사람은 2003년부터 ‘타투이즘’이라는 팀으로 활동 중인 전문 타투이스트다. 한국타투인협회 회장인 에르난과 그의 제자이자 동료인 모글리는 타투 숍을 운영하며 이효리, 아이비, 박재범 등의 뮤직비디오와 화보 작업 때 페이크 타투(fake tattoo)를 그렸다. <성난 화가>의 주인공인 화가(유준상)와 드라이버(문종원)가 하고 나오는 페이크 타투 역시 이들의 작품이다. “두서너 시간씩 몰입해 배우들 등에 그림을 그리는 재미와 타투로 주인공들의 차갑고 강렬한 인상이 배가 되는 걸 지켜보는 즐거움”(에르난)에 빠져 첫 번째 영화 작업을 무사히 마쳤다. 종교적 신념이 있고 선하면서도 강한 인상의 화가에게는 천사의 날개와 성모 마리아상을, 갱스터처럼 진한 분위기의 드라이버에게는 웃는지 우는지 분간하기 어려운 피에로 얼굴과 십자가 모양을 넣었다. “볼펜, 사인펜, 마카 등을 이용해 여러 번 점을 찍어 선을 표현하거나 넓은 붓과 같은 효과를 내는 매그넘 니들로 큰 그림을 그렸다”(모글리)

각자가 추구하는 타투 스타일 한번 확실하다. 타투가 좋아서 2001년 무작정 멕시코로 날아간 에르난은 미국의 멕시코 이민자들이 주로 그린다는 치카노 타투를 배웠다. 화려한 문자, 성모 마리아, 주사위, 피에로 문양을 많이 쓰는 게 특징이다. “타투는 섹시해야 한다”는 철학을 가진 모글리는 여성성을 강조하는 그림체나 검회색으로 그러데이션 효과를 내길 선호한다. 그런 두 사람이 입을 모아 말하는 건, “타투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일기장에 속내를 고백하는 것처럼 자신에게 특별했던 순간을 잊지 않기 위해 타투를 한다.”(에르난) “디자인이 예쁘다고 좋은 타투가 아니다. 타투이스트는 타투를 새기려는 사람의 생각을 시각적으로 최대한 아름답게 표현하는 사람이다.”(모글리) 타투에 대한 사회적 시선의 변화도 덧붙인다. “여전히 타투를 많이 한 사람을 문제아로 보는 분들이 있다. 언론에서도 조폭, 범죄자라고 하면 문신한 사람들을 비추지 않나. 타투는 자기만의 생각을 가장 원초적인 방식으로 드러내는 수단일 뿐이다.”(에르난)

묵주, 타투 머신

모태 신앙인 에르난은 묵주를 들고 자주 기도를 한다. “타투이스트에게는 삶이 곧 영감”이라는 그에게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는 시간은 더없이 소중하다. 모글리는 작업할 때마다 쓰는 타투 머신을 아낀다. 타투이스트의 붓에 해당하는 바늘을 지지해주는 도구로, 80만원대의 고가 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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