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악명 높은 시골 마을 베르그에서의 유배 생활기 <알로, 슈티>
2015-07-01
글 : 김소희 (영화평론가)

우체국장 필립(카드 므라드)은 최근 인사발령을 받아 아내 줄리(조 펠릭스), 아들 라파엘과 따뜻한 남부 도시에서 새 삶을 시작할 꿈에 부푼다. 그러던 필립에게 장애인 우선의 원칙으로 인해 인사발령이 취소됐다는 소식이 날아든다. 다급해진 필립은 허위 신청서를 작성하고, 장애인 행세를 하기에 이른다. 필립의 거짓말은 곧 들통나고 필립은 홀로 악명 높은 북부 도시 베르그에서 3년간의 ‘유배’ 생활을 시작한다. 필립이 베르그의 경계를 넘는 순간, 거짓말처럼 하늘에서는 굵은 장대비가 쏟아진다. 자신을 마중 나왔다는 우체국 직원 앙트완(대니 분)이 알아듣지 못할 사투리로 지껄여대는 통에 필립은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첫 출근날, 필립은 자신의 사무실에 앉아 “시간아, 빨리 가라”를 되뇐다.

<슈퍼처방전> 등 다수의 작품에서 멀티플레이어로서의 재능을 드러낸 대니 분이 주연, 연출, 각본을 맡은 작품이다. <알로, 슈티>는 사건의 개연성보다는 급변하는 상황과 캐릭터 연기에 기댄 코미디다. ‘삶이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오랜 격언이 이 영화에서는 ‘베르그란 멀리서 보면 비극, 가까이서 보면 희극’으로 뒤집힌다. 처음 베르그를 향할 때 저속운전으로 주의를 받았던 필립은 베르그의 매력에 푹 빠진 뒤 주말에 고향을 방문하고 오는 도로 위에서 고속운전으로 신호 위반 딱지를 끊는다. 압축된 상황변화에서 드러나는 격차가 웃음을 유발하는 주된 요소다. 누군가는 우체부라는 직업이 두드러진다는 점에서 자크타티의 <축제일>(1949)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축제일>에서 인물의 대사보다 거리의 소음을 비롯한 사운드가 중심이 된 것을 고려할 때, <알로, 슈티>에서는 다채로운 사운드를 사투리가 뒤섞인 수다로 대체한 것처럼 보인다. 고전영화를 언급한 다른 이유는 <알로, 슈티>가 그리는 베르그라는 지역이 공간적으로도 동떨어진 듯 보일 뿐만 아니라 시간적으로도 과거로 회귀한 듯 보이기 때문이다. 베르그는 지금은 옅어진 공동체가 살아 있는 유토피아처럼 보인다. 프랑스에서 흥행에 성공한 2008년 작품으로 국내 팬들과는 뒤늦은 만남이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