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죽은 자를 되살려내는 연구 <라자루스>
2015-07-01
글 : 문동명 (객원기자)

“우리 실험이 윤리적인 측면에서도 의문점이 많은 건 알아.” 주변의 탐탁지 않은 반응에도 죽은 자를 살려내는 ‘라자루스 이펙트’ 실험을 진행하는 다섯 연구원들은 죽은 동물을 되살리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돌연 회사가 다른 회사에 인수되면서 실험 권한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한다. 몰래 연구실에 잠입해 실험을 감행하던 이들은 갑작스러운 사고로 조이(올리비아 와일드)를 잃는다. 팀장인 프랭크(마크 듀플레스)는 첫 인간 실험을 통해 조이를 살려내지만, 조이는 점차 이상한 징후를 드러낸다.

<라자루스>는 돼지를 실험하는 비디오 푸티지로 시작한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흑백 화면에 드문드문 터지는 효과음으로 이목을 끄는 이 인트로는, <스시 장인: 지로의 꿈>(2011) 등 많은 다큐멘터리 작업으로 경력을 쌓은 데이비드 겔브 감독의 남다른 호러감을 기대케 한다. 이후에도 비디오 녹화 장면과 CCTV 화면은 초반 여기저기에 배치된다. 하지만 이는 결국 중요한 기제로 활용되지 못하고, 중반부터는 종적을 감춘다. 대부분이 연구실 내부에서만 이뤄지는 영화 특유의 공간을 활용한 폐소공포조차 활용하지 못한다. 그렇게 <라자루스>는 공포영화의 낡은 클리셰를 밀도 없이 흩어놓으며 러닝타임을 채워나간다. 절반이 지나서야 드러나는 공포영화로서의 면모도 밋밋하다. 악령이 깃든 조이는 남의 생각을 읽고 염력을 쓸 줄 알지만 그 능력으로 고작 연구실을 어둡게 하고 가구를 내던지거나 캐비닛을 일그러뜨려 얼마 되지 않은 등장인물을 차례차례 죽여나가는 게 전부다. 조이의 고질적인 악몽 모티브가 꽤 중요하게 설정됐다. 하지만 그 꿈은 악령과 조이의 관계조차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전혀 무섭지 않은 이야기의 일부로 자리할 뿐이다. 짧은 영화에 비해 너무 비대하게 느껴지는 사족. 올리비아 와일드, 마크 듀플레스 등 배우들의 연기는 좋지만, 연구원 개개인은커녕 중심인물인 프랭크와 조이의 캐릭터조차 평평하기 때문에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인상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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