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영국에서 독립하던 1947년 8월15일에 태어난 1001명의 아이들이 있다. 이들은 각자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는데 살림(다쉴 사페리)은 그중에서도 좀더 특별한 힘을 가졌다. 그런데 살림이 자신의 능력을 막 자각했을 무렵 자신의 부모가 친부모가 아니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병원의 간호사가 어떤 이유로 아이들을 바꿨던 것이다. 결국 남들과는 다른 사춘기를 보내게 된 살림은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상처를 받으면서도 자신의 초능력을 통해 희망을 찾으려 한다.
살만 루시디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인도 출신의 디파 메타 감독이 연출한 <한밤의 아이들>은 현실의 어두움을 그리는 독특한 감수성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특징은 ‘초능력’이라는 비일상적 소재를 인도와 파키스탄, 그리고 방글라데시의 비극적인 근현대사와 접목시킨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살림의 기구한 출생의 비밀에는 파키스탄의 독립 문제가 연관되어 있으며, 또 한명의 초능력자 시바(싯다르트)가 겪는 갈등은 인도 사회의 심각한 빈부격차 문제를 부각시킨다. ‘공중을 나는 능력’ 등이 등장해 이야기 자체가 황당무계한 전개로 이어질 수도 있었지만 감독은 현실의 비극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의 모습을 가감 없이 묘사하며 절묘한 균형점을 찾는다.
이 영화에서 또 한 가지 도드라지는 건 19세기 말부터 시작해 100여년에 걸친 다양한 민족과 국가의 역사를 2시간26분 동안 단숨에 훑는 대담한 서술 방식이다. 하지만 감독은 이 점에 있어서도 어느 특정 집단의 관점을 고수하기보다는 긴 혼돈의 시간에 걸쳐 ‘보통 사람’들이 끈질기게 살아가는 모습 자체에 주목하려 한다. 그리고 결말에서는 후손들에게 지금 같은 세상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드러내며 자칫 알맹이 없는 무기력한 휴머니즘에 빠질 위험을 아슬아슬하게 피해나간다. 그런 맥락에서 <한밤의 아이들>은 언제,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든 희망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지극히 보편적인 주제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면 독특한 소재와 함께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는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