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독립영화 한편을 완성해나가는 과정을 리얼하게 담다 <디렉터스 컷>
2015-07-01
글 : 김성훈

해강(박정표)은 독립영화 감독이다. 아홉편의 단편영화를 만들었고, 첫 번째 장편영화 <기럭지>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촬영 진행이 순탄치가 않다. 멀티플렉스 극장을 섭외해야 하는데 부족한 제작비 때문에 시민문화공간인 영화의 전당조차 빌리기가 쉽지 않다. 쉽게 타협하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프로듀서 주한(김하영)과 촬영감독 수인(장기훈)과도 수시로 충돌한다. 열악한 제작 환경과 해강의 고집 탓에 지칠 대로 지친 스탭들은 현장을 떠난다. 3년 동안 사귄 여자친구 지민(한송희) 역시 해강을 인내하다가 그를 떠난다. 결국 제작비가 바닥나면서 영화는 좌초 위기에 내몰린다. 그때 한 제작자가 남은 20% 촬영에 필요한 제작비를 대주는 대신 편집권과 프로듀서 교체를 요구한다.

시나리오 쓴 대로 찍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시나리오를 수정하고, 타협할 수밖에 없는 게 독립영화 감독의 현실이다. <디렉터스 컷>은 해강이 매 순간 딜레마에 빠지면서도 영화를 꾸역꾸역 완성해나가는 과정을 냉정하게 그려낸다. 적은 제작비 때문에 영화를 어렵게 완성해나가고 있다고 징징거리기보다는 스탭들과 여자친구가 떠난 건 해강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성장하는 해강을 통해 영화를 만들 때 중요한 태도가 무엇인지 강조한다. 독립영화 촬영현장 이야기가 새로운 소재는 아니지만, 다양한 촬영현장 에피소드들이 촘촘하게 배치돼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디렉터스 컷>은 장편 데뷔작 <도다리-리덕스>(2007)를 만든 박준범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로,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 메이드인부산독립영화제, 베이징국제영화제 등에서 상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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