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people] 카메라 밖 ‘평범함’에 대해 감사하며
2015-07-02
글 : 송경원
<네이든> 아사 버터필드
<네이든>

아사 버터필드, 영국에서 온 이 소년은 호기심과 순수라는 단어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푸른 눈망울로 단숨에 전세계를 사로잡았다. 2007년 <나의 판타스틱 데뷔작>을 시작으로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2008), <휴고>(2012), <엔더스 게임>(2013) 등에서 거장 감독들의 사랑을 받으며 배우의 길을 다져왔다. 그는 <네이든>에서 어느새 훌쩍 자란 모습을 보여준다. 수학천재 소년의 가슴 따뜻한 성장통은 배우 아사 버터필드와도 어쩐지 겹쳐 보인다. 제대로 고민하고 바르게 성장 중인 아사 버터필드에게 <네이든>과의 만남에 대해 서면으로 물었다.

-<네이든>에 캐스팅된 과정이 궁금하다.

=배우로서 스스로를 새롭게 시험해보는 작품을 고르려 한다. 이를테면 기존의 나와 다르고 익숙한 세상을 떠나 탐구할 수 있는 그런 역할들. <네이든>에 참여하기 전에는 ‘자폐증’이라는 세계와 자폐증 스펙트럼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서 거의 아는 바가 없었다. 이 영화를 통해서 이런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자폐증을 가지고 산다는 게 어떤 것인지 배울 수 있었다.

-<엔더스 게임>에서는 규모 있는 영화를 책임져야 했다. <휴고>에서도 주인공이었고. 그간 블록버스터의 주인공으로서 받은 압박은 없는지.

=규모가 큰 영화의 주인공을 맡을 때 압박감과 기대감이 컸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어떤 의미에선 작은 영화든 큰 영화든 다른 것은 없다. 시나리오가 좋고 내 역할이 얼마나 흥미로운지가 중요하다. <네이든>의 경우 영국 독립영화는 처음이었다. 스케일 면에서만 보자면, 전작들인 <엔더스 게임> <휴고>와 비교도 할 수 없었지만, 촬영하면서 내 역할과 함께 작업에 참여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오히려 훨씬 친밀했던 것 같다.

-모건 매튜스 감독의 2007년 다큐멘터리 <뷰티풀 영 마인드>를 보았나. 다큐멘터리 속 대니얼 라이트윙과 네이든은 어떻게 다른가.

=다큐멘터리도 봤고 네이든의 모티브가 된 대니얼 라이트윙도 만났다. 그와 이야기하고 나서 그가 겪은 일들을 훨씬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대니얼은 일반적인 대화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대화를 하면서 어떻게 표정 관리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거다. 그러던 그가 중국 여자친구를 만나고, 중국어를 3개월 만에 배움으로써 중국어로 대화하고 제스처 등을 배웠다고 했다. 영어보다 중국어로 대화할 때 훨씬 편하고 중국에 있을 때, 오히려 자기가 다른 사람 같지 않았다고 했다. 그 점이 흥미로웠다.

-실제로 수학을 좋아하나. 아니라면 제일 좋아하는 과목은 무엇인지.

=수학을 제일 잘했다고는 말할 수 없다. (웃음) 하지만 촬영하면서 수학이 얼마나 순수하고 아름다운지를 새삼 깨닫긴 했다. 좋아하는 과목은 사진과 음악이다. 내 생각들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서 좋다.

-이제껏 함께했던 배우 중 본인에게 특별히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가 있다면.

=내게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배우는 벤 킹슬리 경이다. 영광스럽게도 벤 킹슬리 경과 <휴고> <엔더스 게임>을 함께했다. 그가 완전히 다른 두 역할을 완벽히 소화해내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정말 대단한 경험이었다. 그가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하는 때든 아니든, 그는 그저 그의 존재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위대한 배우다.

-8살 때부터 연기를 시작했다. 아역 연기자로서 작품과 함께 성장하는 건 특별한 경험일 텐데.

=오히려 그 나이였을 때 나에게 주어진 큰 시선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 영화와 함께 성장함으로써 일상에서의 ‘평범함’에 대해 감사하는 법을 배웠다. 동시에 카메라 앞에서, 그리고 한 작품이 끝났을 때 배우만이 겪을 수 있는 이 멋진 경험을 즐기려고 한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