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어글리우먼
2001-03-15

“얼굴이 아니라 마음을 사랑합니다.” 사랑에 들뜬 이들의 고백은 대부분 거짓말이다. 인간에게 세상을 보는 눈을 선사한 신은, 그 눈을 통해 좀더 아름다운 것을 추구하는 간사한 마음까지 함께 선사했기 때문이다. <어글리 우먼>은 이런 마음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영화다. 그러나 유전공학의 도움을 받아 추녀 시절 버림받았던 남자를 다시 만난다고 해서, 전신성형을 마친 여자가 ‘뚱녀’ 시절의 행태로 고생하는 만화 <미녀는 괴로워>식의 좌충우돌 해프닝을 그리진 않는다. 그보다 하드웨어는 바뀌었지만 여전히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를 버리지 못한 여자가 미인대회 수상자들만 골라 “생일을 자축하는” 살인을 저지른다는 다소 끔찍한 전개가 기다릴 뿐이다.

2000년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어글리 우먼>은 36살의 스페인 감독 미겔 바르뎀이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여자가 태어난다면’이란 신선한 발상에서 시작한 영화다. 거울에 자신의 얼굴 대신 미녀의 사진을 붙인 소녀의 안타까운 심경과 얼굴을 봉투로 가린 채 동네소년들에게 집단강간을 당하는 충격적인 장면을 담은 세심한 전반부에 비해 시점과 시대를 마구 섞어놓은 후반부 배치는 데뷔감독의 발랄함을 넘어 다소 혼란스럽게 느껴진다. 또한 2010년의 가까운 미래, 인간을 완전히 탈바꿈시키는 유전공학이라는 SF적인 요소와 연쇄살인사건과 이를 쫓는 형사라는 미스터리 스릴러, 외로운 두 삶의 만남을 이끄는 드라마 등이 혼재한 장르는 급격한 스토리진행에 눌려 다소 어설픈 채로 남았다.

인공안구와 틀니로 살아가던 경찰서장 아리바와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진 얼굴의 롤라가 대면하는 마지막 장면. 이는 완벽한 절망보다는 한줄기 희망에 가깝다. 하지만 결국 추한 여자를 보듬을 수 있는 것은 추한 남자뿐일까? 이것이 싫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일까?

백은하 기자luc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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