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말하고자 하는 바가 뚜렷한 음악영화 <러덜리스>
2015-07-08
글 : 박소미 (영화평론가)

영화가 시작되면 기숙사 방에서 혼자 기타를 치며 작곡 중인 남학생이 등장한다. 오프닝만 보면 싱어송라이터를 꿈꾸는 조쉬(마일스 헤이저)가 주인공인 음악영화처럼 보인다. 하지만 영화 초반 조쉬는 총기사고로 목숨을 잃고 영화의 초점은 갑작스러운 아들의 죽음 이후 남겨진 아버지 샘(빌리 크루덥)에게 맞춰진다. 광고회사의 촉망받는 기대주였던 샘은 아들의 죽은 뒤 낮에는 페인트칠로 돈을 벌고 밤에는 술을 마시며 외롭게 생활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의 유작들을 발견하면서 샘의 일상에 변화가 생긴다. 샘은 단골 술집에서 아들이 작곡한 곡들을 연주하고, 무명 가수인 쿠엔틴(안톤 옐친)은 샘에게 밴드 결성을 제안한다. 쿠엔틴의 오랜 설득 끝에 샘은 아들 또래의 멤버들과 ‘러덜리스’라는 이름의 4인조 밴드 활동을 시작한다.

<러덜리스>는 <파고> 등에 출연해온 윌리엄 H. 머시의 연출 데뷔작이자 제30회 선댄스영화제 폐막작이다. 영화 속 밴드의 이름이기도 한 ‘러덜리스’(rudderless)는 ‘키를 잃은 배처럼 갈팡질팡하는 상태’를 의미한다고 한다. 물론 이것은 아들의 죽음으로 방황하는 샘에 대한 비유다. 영화의 전반부가 샘이 조쉬의 음악을 통해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 과정을 다룬다면 후반부는 바로 그 조쉬가 남긴 음악 때문에 밴드가 위기를 맞는 과정을 그린다. 그런데 <러덜리스>는 제목과 반대로 지나치게 말하고자 하는 바가 뚜렷해 경직된 영화처럼 보인다. 가령 조쉬의 죽음에서부터 밴드의 성공과 갈등까지 영화 전체가 하나의 질문, 즉 작품을 감상할 때 창작자가 (도덕적으로) 어떤 인물인지가 중요한가라는 질문을 위해 소모적으로 사용된다는 인상을 준다. 준비해둔 질문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각 단계를 빠르게 묘사한 뒤 다음 단계로 급히 넘어가버려 다소 도식적인 전개라는 느낌을 주는 반면, 정작 영화가 묻고자 하는 질문이 밝혀지고 난 뒤에는 영화 전개의 추동력이 약해진다. 감독이 스스로 던진 질문에 답하기 위해 마련한 결말이 충분한 답변이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제50회 시카고국제영화제 실버휴고 남우주연상(안톤 옐친)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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