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그녀가 진짜로 되찾고 싶었던 것 <우먼 인 골드>
2015-07-08
글 : 이지현 (영화평론가)

1998년의 로스앤젤레스, 이민자 2세인 변호사 랜디 쇤베르그(라이언 레이놀즈)에게 예상치 못했던 큰 사건이 닥친다. 어머니의 친구이자 제2차 세계대전의 유대인 생존자인 노부인 마리아 알트만(헬렌 미렌)으로부터, 비엔나의 벨베데레 궁전 전시관에 걸린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을 회수하도록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이다. 죽은 언니의 유품 속에서 마리아는 편지 한통을 발견했다고 한다. 1940년대의 날짜가 적힌 편지에는 ‘오스트리아의 모나리자’라 불리는 클림트의 그림 <우먼 인 골드>를 비롯한 총 다섯 점의 그림 회수에 관한 내용이 적혀 있다. 클림트의 후원자였던 마리아의 숙모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를 모델로 삼은 그 초상화를 비롯한 작품들은 전쟁 중 나치에 도난당했던 마리아 가문의 재산이다. 처음에 랜디는 회의적으로 그녀의 이야기를 듣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사건에 빠져든다. 그렇게 오스트리아 정부를 상대로 한, 무려 8년에 이르는 두 사람의 긴 싸움이 시작된다.

<우먼 인 골드>는 실화를 바탕으로 완성된 영화이다. 2007년 영국의 <BBC>가 방영한 마리아 알트만에 대한 다큐멘터리에 감독은 매료되었고, 이 작품의 제작을 시작했다. 세기 초 비엔나에서 태어난 한 여인의 일생은 90년이 넘는, 거의 한 세기 동안 주요한 세계사의 사건들을 반영하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그녀의 인생은 미국 현대사와도 밀접한 관련을 지녔다. 영화를 제작할 당시 마리아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때문에 변호사 랜디가 당시의 증언을 들려줬다. 작품의 주제가 과거의 재연보다 손실이 일어난 이후 ‘개인의 고통 치유’에 더 초점이 맞춰진 이유다. 평범치 않은 개인의 과거가 클림트의 금빛 그림을 모티브로 현재와 아이러니하게 엮인다. ‘2차대전’이나 ‘홀로코스트’ 등 지난 세기의 중대한 사건들과 연관된 여인의 고군분투는 사이먼 커티스 특유의 우아한 재연과 함께 스크린에서 되살아난다. 역사의 세부적 디테일에 과한 에너지를 쏟지 않으면서도, 영화는 인물의 감정을 신랄하고도 명쾌하게 관객에게 전한다. 클림트의 그림을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나치에 점령당한 과거 오스트리아 문화계의 품격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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