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로 음식을 테마로 한 영화제인 서울국제음식영화제가 7월9일 개막된다. 영화제의 기획자인 정우정 집행위원장은 현재 영화사 메타플레이의 대표이자 성균관대학교 연기예술학과 겸임교수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DMZ국제다큐영화제, 일본 삿포로국제단편영화제 등의 프로그래머를 역임해 영화제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영화제 전문가’로 통하는 인물. 2007년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원스>(2006)를 개막작으로 선정해 국내에 <원스> 열풍을 몰고 온 안목이 이번에도 주효할까. 서울국제음식영화제가 열리는 아트나인에서 정우정 집행위원장을 만났다.
-당신이 대표로 있으며, 서울국제음식영화제를 기획하고 실행 중인 메타플레이는 어떤 회사인가. 창립 동기와 과정이 궁금하다.
=메타플레이는 제작부터 배급, 수입, 영화제 기획을 모두 아우르는 업체다. 1997년에 뉴욕대학교(NYU)에서 석사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시작으로 쭉 영화제 일을 해왔다. 어느 순간 이젠 영화를 소개하는 일에 그치지 않고, 직접 나서서 발굴해 수입, 판매, 제작하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 그래서 2013년, 영화제 프로그래머 출신들로 구성된 메타플레이를 창립했다. 완성도 높은 독립예술영화들을 발굴하고 제작하는 한편, 영화제 기획을 통해 소개하는 것이 목표다.
-‘쿡방’ , ‘먹방’이 대세다. 현재 시점에서 상당히 트렌디한 영화제로 보인다.
=그런 붐이 일기 전인 지난해 초부터 기획한 영화제다. 인간에게 필수적인 것을 생각해보면 음식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의식주 영화제를 각각 하자는 아이디어도 있었다. 음주 영화제도 하면 좋았겠지만. (웃음) ‘당신이 먹는 것이 바로 당신’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단순히 미식에 탐닉하는 차원을 넘어 음식의 생산과 소비 문화, 그와 이어진 우리의 삶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담론의 장을 만들고자 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원스>를 개막작으로 선정해 열풍을 몰고 왔다. 서울국제음식영화제의 <원스>도 있는지 궁금하다.
=개막작인 가와세 나오미 감독의 <앙: 단팥 인생 이야기>다. 많은 관객이 눈시울을 붉히지 않을까 싶다. 그외 상영작 30여편 모두 열심히 보고 고른 작품들이다. ‘실무형’ 집행위원장이라 프로그래밍도 직접 해야 속이 편하다. (웃음) 고전을 제외하면 대부분 프리미어 작품으로, 온라인 다운로드가 가능한 작품은 최대한 배제하려고 했다.
-홍석천이 홍보대사로 나섰고 이연복 셰프, 박찬일 셰프, 황교익 칼럼니스트 등 GV진이 화려하다. 음식을 제공하는 행사도 많은데.
=박준우 기획위원이 많이 힘써줬다. 그는 천생 기획자다. 어떤 영화에 어떤 셰프의 GV가 어울릴지 추천하고 섭외에도 도움을 줬다. 셰프들이 영화제의 취지에 공감해 선뜻 응해줘서 감사하다. 음식 협찬은 깐깐히 진행했다. 무엇보다 음식이 맛있어야 할 것, 생산되기까지 공정한 과정을 거칠 것, 이 두 가지를 염두에 뒀다. 결과적으로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제공하게 되어 뿌듯하다.
-향후 집행위원장으로서, 또 메타플레이의 대표로서의 계획이 궁금하다.
=기존의 파이를 나눠 먹고 싶진 않다. 메타플레이 일원들은 대부분 영화제 경력이 10년 이상 된 영화제 ‘통’들로 국제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고 싶다. 영화제나 공동체 상영 등 대안적 배급 시스템도 만들어갈 계획이다. 이번에 문소리 감독의 <여배우> 시리즈 3부작의 배급을 맡았다. <종로의 기적>(2010) 이혁상 감독의 극영화도 준비 중이고, 한국의 음식을 다룬 영화도 제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