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아유]
[who are you] 확신대로 산다
2015-07-14
글 : 이주현
사진 : 백종헌
<파스카> 성호준

영화 단편 2013 <C’est Si Bon> 2012 <내가 같이 있어줄게> 2011 <붉은 손> 2010 <백서> 장편 2013 <파스카>

“용기를 잃을까봐 두려워. 맞서 싸워야 할 것들이 많은데….” <파스카>의 요셉은 고등학교를 자퇴한 열아홉 소년이다. 그리고 마흔살의 가을을 사랑한다. 가을과 요셉은 고양이들을 자식처럼 키우며, 함께 밥 먹고 함께 잠이 든다. 이 사랑의 책임을 현실적으로 떠안는 건 가을이다. 요셉은, 의지와는 무관하게 자신이 무력한 존재임을 느낀다. “요셉은 무모하게 마음만으로 모든 것을 뚫고 나가는 인물이다. 직업이며 사회적 배경을 모두 걷어냈을 때, 요셉에게 남는 본질적인 마음이 무엇일까를 생각했다.” 그 마음은 다름 아닌 순수하고 용기 있는 사랑이다. 성호준은 “삶의 경험치가 달라도”, “마음의 꼴이 닮은 사람은 알아볼 수 있는 법”이라고 했다. <홀리모터스>에서 드니 라방과 미셸 피콜리가 아름다움에 관해 나누는 대사를 인용하며, “아름다움이란 그것을 볼 수 있는 사람의 눈에만 보이는 것”이라는 말도 보탰다. <파스카>의 안선경 감독은 요셉의 많은 부분을 성호준의 모습에서 끌어다 만들었다. 성호준은 고등학교를 4개월만 다니고는 그만뒀고, 니노라는 이름의 고양이를 키웠다. 영화에서도 드러나듯 말씨에 부산 사투리가 슬쩍 묻어 있다. 세상의 기준선을 따라 걷는 대신 자신의 확신대로 삶을 밀고 나가는 점도 닮았다.

성호준은 일찍이 영화의 아름다움에 매혹됐다. 중학생 때부터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대부>(1972), 페데리코 펠리니의 <달콤한 인생>(1960) 같은 영화들을 봤다. 중학교 3학년이던 2007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구스 반 산트의 <파라노이드 파크>(2007)를 보곤 “영화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열여덟에 서울에 올라왔고, 열아홉에 첫 단편 연출작으로 16mm 흑백무성영화 <어두운 맘속에>를 찍었다. “영화를 하며 쌓은 인연이 영화를 부르고 불러” 이후 단편 <백서> <붉은 손> <내가 같이 있어줄게> 등에 배우로 출연했다. “그 영화의 일부가 되고 싶어 참여한 거지 그 역할이 탐나서 연기한 적은 없었다.” <파스카>의 요셉 역시 언젠가 닿기 마련인 인연처럼 다가왔다. 성호준은 안선경 감독의 팬이었고, 그래서 <파스카>의 연출부로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고, 결국엔 남자주인공 역할이 주어졌다. 성호준은 연기에 대한 생각도 분명했다.

“이강생을 좋아한다. 차이밍량 영화에서 그는 가장 완연한 연기를 보여준다. 취향인지 몰라도 비전문배우의 연기라든지, 영화에 감독이 훨씬 크게 보여서 배우가 감독이 그린 그림의 일부로 보일 때 그 인물이 훨씬 풍부하게 느껴진다.” 배우가 주도하고 압도하는 연기보다 상황에 묻어가는 연기를 선호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메릴 스트립은 또 다르단다. “만약 연기 연습을 한다면 메릴 스트립의 연기를 놓고 숏바이숏으로 공부할 거다. 존재감이 너무 큰데도 정이 간다.”

<파스카> 이후 영화와는 무관한 공부도 해봤지만, 그 시간은 영화에 대한 애정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예전엔 좋은 작품에 끼면 좋지, 라는 마음으로 연기를 소극적으로 했는데 지금은 마음을 달리 먹고 있다.” 연출을 하게 된다면, “아름답고 푸르고 자족하는 나무, 그런 나무를 바라볼 때의 느낌을 전해주는 영화를 찍고 싶다”고 한다. 스물넷. 무엇이든 가능한 나이가 아니겠는가.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