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TV나 뉴스에서 보던 이야기가 실제 나에게 일어났을 때 <더 디너>
2015-07-15
글 : 김태훈 (영화평론가)

영화는 최근 한국에서도 TV를 통해 종종 접할 수 있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운전자끼리 말다툼을 하다가 성질을 못 이긴 남자가 차를 멈춘다. 야구방망이를 들고 상대방의 차를 찾아간 남자는 상대방이 쏜 총에 맞아 즉사한다. 총을 쏜 남자는 자신이 경찰이라며 생명의 위협을 느껴 우발적으로 쐈다고 말한다. 눈앞에서 아빠의 죽음을 목격하고 자신도 부상을 당한 아들은 충격에 말을 하지 못한다. 소아과 의사인 파올로(루이지 로 카시오)는 소년을 치료하고 변호사인 그의 형 마시모(알레산드로 가스만)는 가해자인 경찰의 변호를 맡는다. 현실적인 마시모는 무덤덤하게 일을 처리한다. 파올로는 그런 형을 비판하지만 그가 보이는 감정도 단순한 연민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남의 일이기 때문이다. 이후 영화는 파올로와 부인인 클라라(지오바나 메조기오르노), 아들 미켈레 그리고 마시모와 부인 소피아(바르보라 보불로바), 딸 베니의 일상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부와 명예를 이룬 중년의 이탈리아 중산층의 일상을 보여주던 영화는 중반 이후 탄력을 받는다. 미켈레와 베니가 베니의 차에 걸터앉아 있던 노숙자를 비키라며 무차별 폭행을 가해 노숙자가 죽은 것이다. 앞서 보여줬던 사회문제가 자신들의 이야기가 된 것이다. 영화가 본격적으로 집중하는 것은 타인의 이야기나 TV나 뉴스에서 보던 이야기가 그들 자신의 문제로 다가왔을 때 그들이 어떻게 반응하는가이다. 클라라는 매일 보던 TV 프로그램에 나온 CCTV 장면을 보고 범인이 미켈레와 똑같은 옷을 입었다는 것을 발견한다. 목격자도 없고 당사자와 그들의 부모만 알 뿐이다. 그들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미켈레와 베니는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다. 둘은 노숙자 하나 죽은 거라며 그냥 덤덤히 넘겨버린다.

영화는 이렇듯 우리 인간의 본성에 대해 탐구한다. 우리가 단순히 사회문제라고 치부하고 지나쳤던 것들이 사실은 언젠간 우리가 숙명적으로 대면해야 될 인간의 본성이 드러난 것들이고 그러한 마주침을 통해 인간이란 무엇인지, 한 사회에서 인간이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영화는 고민하고 성찰한다. 유럽에서 100만부 이상 팔린 헤르만 코흐의 동명 베스트셀러가 원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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