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빠른 템포로 이어지는 세 친구의 좌충우돌 일탈기 <쓰리 썸머 나잇>
2015-07-15
글 : 문동명 (객원기자)

<투혼>(2011) 이후 김상진 감독이 다시 자신의 장기인 코미디를 붙잡았다. 고등학생 시절 당차게 변태를 잡고 표창을 받았던 세 친구 명석(김동욱), 달수(임원희), 해구(손호준). 만년 사법고시생 명석은 조건 좋은 여자친구에게 사사건건 통제받고, 컴퓨터 회사 상담원 달수는 아이돌을 따라다니고, 제약회사 영업사원 해구는 발기부전 때문에 괴롭다. 명석의 결혼을 앞둔 어느 날 만취한 세 친구는 충동적으로 대리운전을 불러 해운대로 향하지만, 잠에서 깨어보니 차는 온데간데없다. 그 와중에도 해변에서 여자를 꼬시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는 그들은 마약 밀매범에게 쫓기고 졸지에 지명수배자가 된다.

“휴가를 간다는 마음으로 편하게 만들었습니다.” 김상진 감독의 새 코미디 <쓰리 썸머 나잇>은 생활에 찌든 친구들의 일탈을 따라간다. 빠른 템포에 계속되는 좌충우돌을 정신없이 쫓아가는데, 그 사건들 사이에 개연성이 거의 배제돼 있다. 덜컹대는 리듬은 특정 구간에 국한되지 않고 꾸준하게 이어져, 이것이 실수가 아닌 차라리 김상진의 원칙처럼 느껴질 정도. 세 친구 중 한명을 위한 총각파티 중에 잠에서 깨니 황당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대번에 <행오버> 시리즈를 떠올리게 하는) 설정은 영화의 무질서함을 한껏 부풀린다. 그저 주인공들의 충동이 움직이는 대로 서사는 곁다리로 빠져 지나친 잉여를 만들고, 초반 나름 공들여 설명했던 인물들의 특징은 아무렇게나 굴러가는 이야기와 함께 희미해지고 만다.

<쓰리 썸머 나잇>은 김상진 감독의 기존 작품들에 비해 섹스 코미디의 비중이 훨씬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영화다. 영화 전반에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는 화장실 유머는 영화의 목표가 오로지 재미에만 쏠려 있음을 드러내는 또 다른 요소다. 자고 일어나니 모든 게 엉망이 된 상황을 정리하는 중에 성적인 코드가 특히 두드러지는데, 이 역시 독특한 유머를 만들기보다는 영화의 빠른 보폭에 묻혀 흐지부지 사그라진다. 많은 작품들을 거치며 일정 이상의 연기력을 선보였던 배우들 역시 각자 열심이지만 인물보다 무작정 벌어지는 사건이 더 중요한 영화에서는 빛을 발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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