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도시괴담을 표방하는 옴니버스영화 <십이야: 깊고 붉은 열두 개의 밤 Chapter1>
2015-07-15
글 : 문동명 (객원기자)

대리운전기사 인식(이관훈)은 여자 손님(정보름)으로부터 돈을 줄 테니 자신을 죽이고 자살로 가장해달라는 제안을 받는다. 늦은 밤 오피스텔로 돌아와 마감을 마친 번역가 영란의 집에 낯선 이가 연이어 초인종을 누른다. 사운드 디자이너 광현은 드라마 작업에 필요한 소리 채집을 하기 위해 간 공원에서 헤드폰으로 여자의 비명을 듣게 된다. 영민(김예나)은 회사에 몰래 들어와 기밀 정보를 빼내려다가 사무실에서 선배 하윤을 만난다.

<십이야: 깊고 붉은 열두 개의 밤 Chapter1>(이하 <십이야>)은 ‘도시괴담’을 표방하는 옴니버스영화다. 택시, 오피스텔, 공원, 사무실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은 일상 속 공간만큼이나 익숙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한밤중에도 노동을 이어나가야 하는 이들이 마주치는 사건이라는 영화의 기틀은 나름 흥미로운 설정이지만, <십이야>만의 특별한 지점을 만드는 데까지 기여하지는 못한다. 인터폰 카메라, 녹음된 소리, 캄캄한 화장실 같은 변별력 있는 소재로도 역부족이다. 본격적인 공포로 가는 예열이 길다. 4개의 단편이 20분 근처의 짧은 러닝타임을 가지지만, 제자리를 겉돌다 등장하는 서늘한 구간은 그에 비해 더욱 짤막하게 느껴진다.

지지난해 모바일로 선보였던 앞 세편보다 긴 에피소드 <비밀의 밤>은 두 여자가 벌이는 난데없는 액션까지 끼어 있어 영화의 전체적인 밀도를 뚝 떨어뜨린다. 공포를 확실하게 끌어내야 할 귀신의 형상이 하나도 무섭지 않다는 건 <십이야>의 결정적인 문제다. 차라리 요란한 피칠갑과 쾅 하고 놀래키는 효과음에 기대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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