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 좋은 젊은 사냥꾼 벤(제레미 어바인)은 돈 많은 사업가 매덕(마이클 더글러스)의 사냥 가이드를 맡게 된다. 두 사람은 큰뿔양을 사냥하기 위해 한낮의 태양이 기온을 50도까지 덥히는 극한의 사막 ‘더 리치’로 향한다. 저 멀리 사냥감의 실루엣을 목격한 매덕은 성급하게 방아쇠를 잡아당기는데, 큰뿔양이 아닌 사람의 몸에 총알이 명중한다. 매덕은 살인을 덮기 위해 벤의 총으로 시체의 몸에 총알을 한발 더 박아넣는다. 유일한 목격자인 벤을 공범으로 만들려는 시도다. 나아가 벤이 사실을 폭로할지도 모른다고 의심한 매덕은 벤을 발가벗긴 채 태양이 작열하는 사막 속으로 떠밀어넣는다. 벤이 스스로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멀찍이서 관찰하려는 계획이다. 하지만 벤의 반격이 이어진다. 두 남자는 사막 한가운데에서 처절하게 생존 투쟁을 벌인다.
<더 리치>의 재미는 벤이 반격을 개시할 때 시작된다. 맨몸으로 폭염, 갈증, 총알세례 등을 받아낸 뒤, 총, 식량, 자동차 등 모든 것을 가진 상대를 쓰러뜨려야만 이기는 너무도 불공평한 게임에서, 벤이 어떻게 상황을 유리하게 끌고 가는지를 보는 재미가 크다.
다만 매덕의 행위에 감정이입할 여지를 주지 않는 것은 아쉽다. 죽이지 않고 죽을 때까지 지켜본다는 원작(롭 화이트의 소설 <데스와치>)의 설정은 새롭지만, 영화 속 매덕의 행동은 어느 돈 많은 미치광이가 계속해서 악수(惡手)를 두는 것처럼 보인다. <월 스트리트>(1987), <폴링 다운>(1993), <더 게임>(1997) 등으로 이어지는 마이클 더글러스의 악역 캐릭터와 비교해서 봐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