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디너>는 헤르만 코흐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 영화다. 주인공 형제 부부의 관계는 ‘식사’로 이어져있다. 하지만 식사가 편안하게 진행되는 경우는 없다. 어느 날 그들의 자녀가 벌인 사건으로 가족 사이엔 불신의 틈이 발생한다. 이바노 데 마테오 감독은 “개인의 욕구가 사회적 책임, 윤리적인 선택보다 중요해질 때 인간이 어떻게 행동하는가를 말하고 싶어 <더 디너>를 연출했다”고 한다. 감독은 전작 <곡예사>(Gli equilibristi, 2012)에서도 삶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작은 균열을 다룬 바 있다. <더 디너>에 관해 궁금한 점을 묻고자 감독에게 편지를 썼다.
-원작에서 놓치고 싶지 않았던 부분은.
=<더 디너>는 불확실한 신념에 대한 영화다. 소설이 주제와 상황을 다루며 보여주는 거칠고 명료한 방식에 끌렸다. 소설과 영화의 가장 큰 차이는, 소설에서는 아버지와 아들이 ‘유전적으로’ 문제가 있는 설정인 반면, 영화에서는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점이다. 후자는 더 나쁠 수 있다. 슬프게도 병든 사회를 반영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병든 영혼은 등장인물들의 태도를 정당화하는데, 나는 배우들에게 거기에 대해 따로 설명하고 싶지는 않았다.
-식사 장면은 어떻게 연출하고자 했나.
=오늘날 많은 가족이 더이상 함께 밥을 먹지 않는다. 밥을 먹더라도 TV를 보거나 통화를 하는 등 각자의 볼일을 본다. 식사는 결합의 장이 아닌 생존 수단이 되어버렸다. 식사가 일상 속의 소중한 의식임을 우리가 망각하고 있다는 걸 드러내고 싶었다.
-원작에서 정치인과 전직 교사였던 형과 동생의 직업이 영화에선 변호사와 현직 의사로 바뀌었다.
=당신이 무슨 일을 저질렀든 변호사는 당신이 결백하다고 믿게끔 만드는 사람이다. 반면 의사는 병든 사람을 고치고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며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이다. 사회가 요구하는 모습과 내면은 반대일 수 있는데 특히 자식 문제에 관련된 경우 그럴 거라 생각한다.
-원작에선 남자인 베니를 여자로 바꿨다. 베니 역에 로사벨 라우렌티 셀레르스를 캐스팅한 이유도 함께 묻고 싶다.
=범죄엔 남녀 구분이 없다. 나의 전작 <곡예사>에도 출연한 로사벨은 그녀가 보여줄 수 있는 여성성의 최대치를 끌어냈다. 이번에 나는 그녀에게 정확히 반대되는 역할을 요구했고 로사벨은 부정적인 이 캐릭터를 완전히 흡수했다.
-형제의 자녀들인 베니와 미켈레의 행동에선 무책임, 생명 경시, 인종차별 등의 부정적인 이슈가 모두 혼합돼 있다.
=오늘날 청소년들은 예전보다 더 많이 보고 배우고 알지만 현실을 정확히 인지하는 것 같진 않다. 기술이 그들을 세상과 쉽게 연결해주면서도 가족으로부터는 점점 고립시키기 때문이다. 바깥에서 보는 사회는 실제보다 덜 감동적이며 덜 생생할 것이다.
-엔딩을 보이지 않게 처리한 이유는 왜인가. 어째서 소피아(바르보라 보불로바)만이 그 장면을 목격하나.
=때때로 사운드, 시선이 갖는 위력은 실제를 보여주는 것보다 강하다. 소피아는 영화의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자신을 끝까지 지킨 유일한 인물이다. 그러므로 진실을 똑바로 목격한 사람도 그녀뿐이다.
-지속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테마가 있나.
=나는 영화로 사회적 상징으로서의 가족을 줄곧 다뤘고, 차차 ‘신념’에 대해서도 말하고 싶다. 때때로 우리를 집어삼키는 동물적 본성에 대해 쭉 생각해왔지만 여전히 의문투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