숀은 한적한 농장을 떠나본 적이 없는 시골 양이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했던 숀은 주인아저씨 몰래 파티를 벌일 계획을 세운다. 잠든 주인아저씨를 카라반에 가둔 뒤 친구들과 함께 집안에 들어가 피자를 먹으며 영화를 보려는 것이다. 하지만 주인아저씨를 태운 카라반이 비탈길을 따라 미끄러지면서 숀의 계획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숀과 친구들, 그리고 양치기 개 비쳐는 모두 카라반을 쫓아 빅시티로 향한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도시에 간 숀과 친구들은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하다. 설상가상으로 유기동물 처리반에서 일하는 악당 트럼퍼가 숀의 무리를 뒤쫓기 시작한다.
<숀더쉽>은 <월레스와 그로밋> <치킨 런>을 제작한 클레이애니메이션의 명가 아드만 스튜디오가 다시 한번 점토를 빚어 완성한 작품이다. 손톱만 한 숀의 라디오에서부터 빅시티의 고층 빌딩까지, 수작업으로 일일이 소품과 세트를 만들어내는 아드만 스튜디오의 솜씨는 변함이 없는 듯하다. 더불어 일상의 사소한 부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이야기를 진행시켜나가는 담백한 스토리작법 역시 여전하다. 가령 <월레스와 그로밋: 화려한 외출>에서 치즈와 커피를 즐겨먹는 월레스가 울퉁불퉁한 달의 표면을 보고 치즈를 떠올린 것이 우주여행을 떠나는 발단이 되었다면, <숀더쉽>에서는 잠이 오지 않을 때 양을 세다보면 쉽게 잠에 든다는 속설이 하나의 사건에서 다음 사건으로 넘어가는 열쇠 역할을 담당한다.
무엇보다 <숀더쉽>은 우정에 관한 영화라는 점에서 마음이 가는 작품이다. 영화는 농장 주인과 양들이 풀밭에서 뒹구는 낡은 홈비디오 영상으로 시작한 뒤, 시간이 흘러 중년의 아저씨가 된 주인이 기계적으로 양들을 관리하는 도입부를 거쳐, 일련의 위기를 겪고 농장으로 돌아온 주인이 양들과의 우정의 소중함을 깨달으며 끝난다. 올해는 숀이 1995년작 <월레스와 그로밋: 양털 도둑>에 등장한 지 꼭 20년 되는 해이기도 하다. 마치 <숀더쉽>이 20년을 함께 보낸 아드만 스튜디오와 숀에 관한 이야기처럼 보일 때, 영화의 소박한 엔딩은 오랜 우정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