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사랑의 권력 관계를 가학과 피학의 도식으로 그려내다 <짓2: 붉은 낙타>
2015-07-22
글 : 이예지

가인(고원)은 사랑했던 전 애인 도경(김민기)의 결혼식 전날, 그를 찾아간다. 도경의 아이를 상상임신한 가인은 도경에게 마지막 하룻밤만 같이 보내달라고 애원한다. 모텔에서 마지막 정사를 나누던 중 도경은 갑작스럽게 사망한다. 가인은 살인사건 피의자로서 경찰 조사를 받지만, 모텔 주인 병수(류한홍)가 가인의 알리바이를 만들어주어 혐의에서 벗어난다. 병수는 가인에게 사람을 죽이는 기분이 어떤지 물어오며 접근하고, 자신의 아내가 모텔방에서 살해당했던 과거를 털어놓으며 그들은 점차 벗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져든다.

2013년 개봉한 <짓>의 시리즈물처럼 보이지만, 같은 제작사에서 제작되었을 뿐 감독과 배우, 서사, 어떤 면에서도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은 아니다. 장르적 특성 때문에 시리즈의 제목을 붙인 것 같지만, IPTV용 에로영화로 규정짓기엔 섹스보다 많은 것을 함축한 영화다. <짓2: 붉은 낙타>는 사랑의 권력 관계를 가학과 피학의 도식으로 그려내며, 권력을 전복하는 살인이라는 행위에 대해 천착한다. 관계에 있어 패배하고, 사랑에서 소외당해온 두 남녀 가인과 병수는 섹스와 죽음에 대해 집요하게 탐구하며 파국을 맞이한다. 영화는 파토스가 충동인 타나토스로 변모하는 과정을 날것 그대로 보여준다. 그러나 가인에게 집착하는 병수의 동기가 약하고, 가인의 전사가 대사로 설명되는 등 캐릭터가 피상적인 차원에 그쳐 아쉽다. 클라이맥스를 온전히 두 남녀의 독백적인 대사에 의존하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또한 그 대사는 가인의 말 속에만 등장하는 낙타라는 개념처럼 추상적이고 문학적인 혼잣말에 그쳐 두 남녀의, 나아가 보는 이와의 소통에도 실패한다. 등장인물들의 대사로 설명되지 않는 외로움처럼 영화는 외로워지고 만다. 직구로 던지는 화법과 설명적인 연출은 올드하고 작위적이며 종종 촌스럽지만, 인간의 원초적 본능에 대해 파고들려는 노력만큼은 뚝심 있다. 집착적이고 자기파괴적 충동을 지닌 가인 역을 맡은 고원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2014년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아 시네마스케이프 초청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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