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영화제] 바다도 보고 영화도 보고
2015-07-29
글 : 김보연 (객원기자)
제17회 정동진영화제, 8월7일부터 9일까지

8월7일(금)부터 9일(일)까지 3일간 열리는 제17회 정동진독립영화제(주최 강릉씨네마떼끄, 한국영상자료원)는 최근 만들어진 주목할 만한 한국 독립영화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매력을 갖고 있다. 잘 알려져 있듯이 영화제의 ‘메인 상영관’은 작은 초등학교 운동장이며 입장료는 무료, 모든 작품은 영화제 기간 동안 단 한번만 상영된다. 단순히 작은 규모라고 지나치기엔 그 신선한 개성에서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영화제이다. 이번에 만날 수 있는 장•단편을 포함한 24편의 영화 목록 역시 놓치기 아쉬운 흥미로운 작품들로 채워져 있다.

정동진독립영화제는 전통적으로 소수의 장편영화만을 초청해왔는데, 그 작품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것도 소소한 즐거움 중 하나이다. 올해는 김수빈 감독의 <소꿉놀이>(2015)와 윤성호, 강경태, 이옥섭, 구교환 감독의 <오늘영화>(2014)가 이름을 올렸다. 먼저 김수빈 감독의 <소꿉놀이>는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감독의 결혼과 육아 생활을 꼼꼼하게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남의 가정사를 너무 속속들이 보는 것 같아 괜한 죄책감이 들지만 연애와 결혼, 출산, 육아에서 부부 싸움, 고부 갈등에 이르는 전 과정을 90분의 상영시간 동안 압축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옴니버스영화인 <오늘영화>는 ‘영화’를 소재로 한 세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감독 특유의 대담한 구애 멘트가 넘실거리는 윤성호 감독의 <백역사>나 최근 한국 독립영화에 대한 시니컬한 논평으로도 읽히는 강경태 감독의 <뇌물>도 재미있지만 단연 깊은 인상을 주는 건 구교환, 이옥섭 감독의 <연애다큐>이다. 언뜻 평범한 ‘관찰형 다큐’처럼 흘러가다 어느 순간 그 형식을 스스로 뛰어넘으며 사랑과 이별에 대한 스산한 감성을 전달하는 연출적 감각은 작은 쾌감마저 전달한다. 주연을 맡은 임성미는 무뚝뚝함과 귀여움의 불균질한 배합을 통해 수차례 인상적인 순간을 만들어낸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는 또 다른 특징은 스크린과 TV를 통해 친근해진 배우들의 활약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문소리 감독의 <여배우는 오늘도>(2014)가 그런 작품이다. 전작 <여배우>(2014)에 이어 문소리가 다시 한번 ‘문소리’로 출연한 이 영화는 안정적인 연기와 만듦새 이상의 것을 보여준다. 자기반성과 연민을 유머로 꾹꾹 눌러 담아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유희하듯 넘나들며 감독 문소리의 작품을 계속 기대하게 만드는 것이다. 평범한 아내로 분한 류현경의 눈물 연기가 돋보이는 <이사>(감독 김래원, 2014), 강혜정의 능청스러운 이주노동자 연기가 웃음을 주는 <가불병정>(감독 정무곤, 2014),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의 ‘독선생’으로 인기를 끈 허정도의 허점 많은 매력을 확인할 수 있는 3분짜리 단편 <슬로우 라이프>(감독 안은호, 2014)도 큰 재미를 선사한다(허정도의 또 다른 모습은 <오늘영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자전거 안장을 훔치는 사람과 도둑 맞은 사람의 짧은 교감을 감동적으로 그린 민용근 감독의 <자전거 도둑>(2014)도 감상할 수 있으며, 국악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듣는 맛을 맛깔나게 살린 애니메이션 <배다리뎐>(감독 김혜미, 2014)도 이번 영화제에서 만날 수 있다. 아직 소개하지 못한 개성 넘치는 작품이 많이 남아 있으니 바로 공식 홈페이지(www.jiff.kr)로 가보자. 영화 상영은 물론, 아기자기한 이벤트 및 공연과 함께 잊지 못할 여름 시간을 정동진에서 보낼 수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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