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귀요미 악당들에 대한 팬심이 만들어낸 영화 <미니언즈>
2015-07-29
글 : 송효정 (영화평론가)

시작부터 귀여움이 푹발한다. <미니언즈>는 <슈퍼배드> 시리즈의 스핀오프작으로, 규모의 볼거리보다 확실한 캐릭터 창출로 성공한 신흥 애니메이션 제작사 일루미네이션의 신작이다. 차별화된 외모, 치명적인 귀여움, 어설픈 사악함으로 무장한 미니언들은 <슈퍼배드> 관객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아왔다. 그동안 시리즈의 조연으로 등장하며 강력한 신스틸러로 부각된 미니언이 본격적인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미니언즈>는 귀요미 악당들에 대한 팬심이 만들어낸 영화라 봐도 과언이 아니다. 작품은 지난 7월10일 북미 개봉해 오프닝 스코어 1억1천만달러를 기록, 역대 애니메이션 오프닝 스코어 2위를 기록하며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슈퍼배드> 시리즈의 피에르 코팽이 연출을 맡았고, <슈렉>의 스핀오프작인 <장화신은 고양이> 시나리오에 참여한 브라이언 린치가 각본을 맡았다. 록의 전성기인 1960년대 미국과 영국을 오가는 만큼 비틀스, 지미 헨드릭스, 더 후 등 명곡들이 삽입돼 흥미를 더한다. 한국어 더빙판에서는 차승원이 내레이션을 맡아 미니언들의 모험을 따라간다.

태초에 미니언들이 있었다. 티라노사우루스에서 시작된 미니언들의 악당 숭배는 파라오, 드라큘라, 나폴레옹으로 이어지지만 의도치 않은 실수로 보스를 잃게 되자 이들은 집단적 무력감에 빠져든다. 이들을 구하기 위해 케빈, 스튜어트, 밥은 악당을 찾아 모험을 시작한다. 세계악당대회의 챔피언인 여성 악당 스칼렛에게 절대 복종을 맹세한 미니언 삼총사는 그녀를 위해 영국 여왕의 왕관을 빼앗기 위한 음모에 동참하게 된다. 실상 이렇게 이어지는 스토리는 이 작품에서 그다지 중요치 않다. 무성영화의 개그 에피소드처럼 눈과 귀를 사로잡아버리는 미니언들의 넌버벌 개그가 끊임없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어수룩하고 낙천적인 악당 미니언들은 사악함을 열망하고 최강의 악당을 추종하지만 내면에는 참으로 선한 본성을 지니고 있다. 열렬하고도 순수하게 악을 지향하여 궁극적으로 거대한 선에 기여한다. 이 이상한 모순이 단순하고 명랑한 애니메이션 <미니언즈>가 품은 보편적 공감대를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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