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평범했던 한 남자가 살인마로 거듭나는 과정 <살인재능>
2015-07-29
글 : 김현수

8년 동안 다니던 보험회사에서 실직한 민수(김범준)는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재취업 면접 자리에서 번번이 무시당한다. 그와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 수진(배정화)은 민수가 직장을 잃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른 채 대출을 받아 카페를 차릴 꿈에 부풀어 있다. 수진이 자신에게 거는 기대에 부담감을 느낀 민수는 실직 사실을 고백하지만 수진은 노발대발하며 당장 헤어지자고 소리친다. 그런데 수진의 동생 현우(전범수)가 어느 날 민수를 찾아와 큰돈을 만질 기회가 생겼다며 자동차 절도를 제안한다. 오랫동안 보험회사에서 근무하며 자동차와 교통법규 등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던 민수는 범죄자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에 괴로워한다.

<살인재능>은 <풍산개>(2011)를 연출했던 전재홍 감독의 신작이며, 2014년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에 초청된 바 있다. 김기덕 감독 영화 등에서 오랜 단역 생활을 하던 배우 김범준이 살인마 민수 역을 맡았고 연극 무대에서 주목하는 배우 배정화가 민수의 애인 수진을 연기한다. 영화의 초반부는 평범했던 한 남자가 서서히 범죄에 빠져드는 과정을 다루고 있으며, 후반부에 이르면 살인이라는 행위를 통해 성적 쾌감을 느끼는 살인마로 거듭나는 과정을 비교적 차분한 시선으로 보여준다. 전재홍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직접 각본과 연출, 촬영까지 도맡는 등 최소한의 제작 환경 내에서 극한 체험을 하듯 한편의 영화를 뚝딱 완성해냈다. 영화에서 누군가가 죽음에 이르게 되는 순간부터 연출이나 연기 모두 안정감이 느껴지기 시작하는, 제목처럼 묘한 정서를 불러일으키게 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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