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힘 있는 드라마와 독창적인 호러의 만남 <더 커널>
2015-08-05
글 : 문동명 (객원기자)

아일랜드 감독 이반 캐바나는 가족을 모티브로 한 힘 있는 드라마와 독창적인 호러를 오가며 필모그래피를 구축해왔다. 그 두축이 만난 듯한 새 영화 <더 커널> 역시 그의 솜씨가 여실히 드러난 작품이다. 영상자료원에서 일하는 데이빗(루퍼트 에반스)은 낡은 필름을 보다가 자신의 집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에 대해 알게 된다. 아내의 외도를 참지 못하고 일가족을 살해한 100년 전 사건. 이에 사로잡힌 데이빗의 두려움이 커지던 와중, 아내 앨리스(한나 훅스트라)의 외도를 목격한 그는 전율한다. 다음날 연락도 없이 사라졌던 아내가 집 근처 냇가에서 익사체로 나타나고, 경찰은 데이빗을 범인으로 의심한다. 데이빗이 필름에서 본 사건에 더 가깝게 다가갈수록 그의 집과 아들 빌리(캘럼 히스)를 둘러싼 이상한 기운은 커져만 간다.

<더 커널>은 흔한 호러들처럼 단도직입적인 공포와 거리가 멀다. 이야기의 무게를 심리 추리극과 호러 사이에 절묘하게 걸친 채 극을 진행한다. 필름 속 사건과 아내의 외도를 느릿하게 병치해 주인공 데이빗의 공황을 효과적으로 설득시키는 영화는 얼핏 치정극처럼 보인다. 하지만 데이빗의 두려움을 점점 키우면서 그를 둘러싼 징후가 그의 심약한 심리상태에서 오는 것인지, 실제로 집에 깃든 악령에서 비롯된 것인지 모호하게 보여주는 방식으로 집중을 붙든다. 주인공의 상태는 갈수록 극단으로 치닫지만, 영화 자체는 중반까지 특정 순간에 과히 들뜨지 않고 제 공포를 스며들게 한다. 긴장의 피치를 본격으로 올리는 구간조차 갑작스러운 귀신의 등장이나 크게 터지는 소리로 놀라게 하는 효과에 기대지 않는다.

다만 <링>의 사다코가 즉각적으로 떠오르는 귀신(오마주라고 여기기엔 원전의 힘이 무색할 만큼 허접하게 보인다)의 형상이 주는 기시감이 너무 짙다. 또한 오래된 필름에서 발견한 살인사건에 휘말린다는 <살인 소설>(2012)의 뼈대가 노골적으로 떠오른다는 점 역시 <더 커널>의 독특한 무드를 흐릿하게 만드는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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