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가 8월5일부터 12일까지 8일간 CGV신촌아트레온,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열린다. 이번 영화제는 임금 체불과 관련된 논쟁과 영화진흥위원회 예산 삭감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딛고 시작됐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올해의 슬로건 ‘keep on going’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영화제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다짐이 담겼다. 총 41개국 188편의 영화가 상영되며 개막작은 <주온>을 만든 시미즈 다카시 감독의 <마녀 배달부 키키>(2014)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만든 동명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한 것이다. 키키는 마녀 엄마와 평범한 아빠 사이에서 마녀가 될 가능성을 안고 태어난다. 13살이 된 키키는 마녀가 되기로 결심한다. 마녀가 되기 위해서는 1년간 홀로 낯선 곳에서 살아야 한다. 키키는 고양이 지지를 빗자루 뒤에 태우고는 모험을 떠난다. 우여곡절 끝에 오소노의 베이커리에 당도한 키키는 그곳에서 배달 업무를 맡는다. 우편물을 받아들었을 때 사람들이 짓는 행복한 표정에서 만족감을 느꼈던 키키는 자기의 초능력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는다. 초능력을 지닌 키키와 날고 싶은 소년 톰보와의 만남을 통해 성장기에 경험하는 다채로운 감정을 담는 동시에 하늘을 나는 순수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키즈 아이’ 섹션 상영작 <리틀 갱스터>(2015)는 네덜란드판 <나 홀로 집에>라 할 만하다. 몇몇 장면은 <나 홀로 집에>에서 직접 따왔다. 나약하고 어리숙한 아버지와 사는 약골 소년 리키는 우연히 마피아 소년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본 뒤 ‘만약 내 아빠가 마피아라면’이라는 가정하에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그러다 아버지의 전근으로 새로운 동네에서 삶을 시작하게 되자, 리키는 마침내 상상을 실현할 기회로 여긴다. 기승전결이 뚜렷한 전형적인 이야기 속에서 이미지가 그 내용을 바꿀 수 있을까 하는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10대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틴즈 아이’ 섹션에는 이성에 눈뜬 사춘기 소년의 사랑을 그린 러시아영화 <14살의 첫사랑>(2015)이 눈에 띈다. 알렉스는 또래 소녀 비카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그러나 그녀의 곁에는 스킨헤드에 검은 옷을 입은 노는 형들이 어른거린다. 비카를 잊을 수 없는 알렉스는 페이스북에 올라온 그녀의 사진들만 하염없이 바라본다. 오늘날 청소년의 사랑을 시청각적인 감각을 동원해 묘사한 점이 특징이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사진으로의 이행으로 성장을 표현한 것이 특히 흥미롭다. 디스코, 재즈, 팝, 록 등 장르를 넘나드는 음악을 통해 눈과 귀를 동시에 유혹한다.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스트롱 아이’ 섹션에는 다큐멘터리 <공공연한 비밀>(2014)이 단연 눈길을 끈다. 최근 개봉한 <모든 비밀스러운 것들>(2014)로 극영화에도 손을 뻗친 다큐멘터리 감독 에이미 버그의 작품으로 할리우드에서 아역배우들을 상대로 공공연하게 행해진 성추행이나 성적 학대를 다룬 문제작이다. 아역배우들이 어떤 경로를 거쳐 TV나 영화에 출연하며 어떤 일을 겪었고 그 일이 지금까지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당사자와 주변인, 관련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재구성한다. 성범죄에 대한 자세한 묘사를 수반한다는 점에서 이 영화 역시 폭로의 자극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한계를 지닌다. 그러나 표출하는 것은 영화가 선택한 하나의 방법론이다. 살아남은 것 자체가 기적인 이들을 통해 ‘어떻게든 살아서 증언하라’고 영화는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