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초•중순 프랑스 남서부 지방은 무려 40도를 넘는 혹독한 무더위가 10일 넘게 지속되었고, 파리가 속해 있는 일드프랑스 지방의 주민 중에도 38도를 웃도는 더위 때문에 일주일 넘게 밤잠을 설친 이들이 허다했다. 한동안 이웃간의 대화는 2003년 여름 이야기로 시작되었고, 어느 매장에 가면 선풍기를 구할 수 있는지 정보를 교환하며 끝이 났다. 2003년은 유럽에서만 7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살인적인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던 해다.
대도시에서 여름을 보내는 이들에게 에어컨 바람 맞으며 보는 블록버스터영화 한편은 도시형 피서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파리의 시네필들이 선호하는 약속 장소는 멀티플렉스 앞의 카페가 아니라 시민공원의 잔디밭이다. 야외에서 시원한 바람을 쐬며 다양한 영화를 공짜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로 25주년을 맞은 빌레트 공원의 야외 상영회가 ‘홈 시네마’를 주제로 하여 7월22일부터 8월23일까지 한달 동안 열린다. 월요일과 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해질 무렵에 <라스트 데이즈> <비틀쥬스> <인사이드 르윈> <셔터 아일랜드> <물랑루즈> <테이크 쉘터> <샤이닝> 등 영화 속 ‘집’의 다양한 의미에 초점을 맞춘 영화들을 상영한다.
한편 ‘르 포럼 데 이마주’가 15년간 진행해온 ‘달밤의 축제’는 지난 7월24일, 예년보다 일주일이나 서둘러 뷔트 몽마르트르에서 개막식을 열었다. 8월9일까지 올리비에 다한 감독의 <라비앙 로즈> 등 11편의 영화를 파리 전역에서 상영할 예정이다.
야외 상영회에서 잘 알려진 작가영화나 고전영화들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8월28일부터 9월5일까지 뷔트 드 라 샤포 루주 공원에서 진행되는 ‘실루엣단편영화제’는 콘서트와 더불어 재기발랄한 단편들을 관객에게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