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올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대상 수상작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2015-08-12
글 : 정지혜 (객원기자)

“저 칼 되게 잘 써요.” 말간 얼굴을 한 수남(이정현)이 자기 동네 통장(서영화)을 포박해놓고 독한 말을 서슴지 않는다. 피로 물든 정체불명의 살점을 통장의 입에 우겨넣으며 수남은 자신이 이렇게밖에 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한다. 거슬러 올라가면 때는 수남의 중학교 시절. 고등학교에 진학해 엘리트가 될 것인가, 공장에 취직해 여공이 될 것인가라는 선택의 기로 앞에서 그녀는 전자의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한다. 손재주도 많고 자격증도 무려 13개나 있지 않은가. 하지만 결국 그녀는 자격증 따위는 하등 쓸모없는 조그마한 공장에 들어가 ‘공순이’로 산다. “사회의 쓴맛을 알고 술을 배우고 남자를 겪으며” 일을 해 먹고산다는 것의 의미를 체화한다. 청각장애를 가진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남편도 그곳에서 만났다. 남편의 소망은 하루빨리 집을 사는 것이었지만 그는 수남의 권유로 청각 수술을 하게 된다. 그러나 수술 후유증으로 그는 손가락을 잃고 자살까지 시도한다. 그런 남편을 보며 수남은 자책과 책임감을 느끼고 더 열심히, 더 많은 일을 하고 또 한다. 그리고 더 열렬히 남편만을 바라본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 대상을 수상한 안국진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사회•경제적으로 하위 계급에 속한 여성이 어떻게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삶을 살게 되는지를 블랙코미디로 풀어냈다. 정작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한번도 살아보지 못한 수남에게 남편은 의지할 유일한 대상이다. 그녀는 남편이 여전히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믿음 속에 산다. 힘겹게 돈을 벌어 집까지 장만했지만 동네에 몰아닥친 재개발 바람에 수남은 통장을 포함한 주민들과 대립한다. 그러다 급기야 사람까지 죽이지만 그녀는 끝내 남편 곁으로 돌아간다. 이 과정에서 수남이 일군 노동의 결실은 하나둘 무위로 돌아갈 뿐이다. 주제나 그걸 풀어내는 방식이 놀라울 만큼 새롭지는 않아도 수남이라는 여성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워 극을 안정적으로 끌고 가는 힘이 상당히 좋다. 감독이 직접 쓴 탄탄한 시나리오에 배우 이정현의 연기가 조화를 이뤄 비참한 수남의 인생을 생생히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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