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심문의 대상이 된 두 사람의 관계 <블루룸>
2015-08-12
글 : 김소희 (영화평론가)

에스더(스테파니 클레오)와 줄리앙(마티외 아말릭)은 오랜 친구 사이다. 각자 결혼을 한 뒤 오랜만에 재회한 두 사람은 서로에게 강한 끌림을 느낀다. 두 사람은 비밀리에 정사를 나누는 사이로 발전한다. 에스더는 사랑을 나누는 도중 종종 줄리앙의 입술을 깨물어 상처를 낸다. 이것이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알 수 있는 전부다. 그러던 중 줄리앙이 살인사건으로 기소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영화 속 사운드와 이미지는 종종 시공간적으로 엇갈린다. 줄리앙과 에스더가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보여주다가 불현듯 심문을 받는 줄리앙의 목소리가 보이스 오버로 끼어든다. 보이스 오버는 관객이 앞서 본 이미지를 사후 서술하면서 이미지가 플래시백임을 뒤늦게 지각하도록 만든다. 이러한 플래시백의 독특한 사용을 통해 과거 이미지를 현재의 시점에 종속된 것으로 그리는 대신 과거 이미지의 독립성을 온전히 보전하려 시도한다.

영화는 줄리앙을 법정에 서게 한 사건의 실체에 대한 직접적인 질문은 생략하고 사건의 이전과 이후의 조각들을 참을성 있게 모아나간다. 심리 스릴러의 전형을 따르고 있는 듯 보이지만 극의 포인트는 사건이 아닌 사건의 바깥이다. 심문의 대상이 되는 주요한 사건은 살인이지만, 내부에 자리한 더욱 첨예한 심문 대상은 두 사람의 관계이다. 두 사람의 관계를 불륜으로 볼 것인가, 사랑의 한 형태로 볼 것인가가 재판의 숨은 주제다. 클로즈업을 통해 적절히 배제되고 선택된 이미지들과 이를 나열하는 컷의 흐름은 영화의 주된 정조를 만든다. 클로즈업 화면 속에 적절히 감춰진 두 사람의 관계는 판단의 잣대를 우아하게 미끄러져나간다. 클로즈업은 플래시백과 더불어 소재가 가진 자극성을 비껴가는 <블루룸>의 독특한 방식이다.

조르주 심농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원초적 본능>(1992)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2002년 왈테르 도에네르 감독의 작품 <파란 방>으로 영화화된 바 있다. 유명배우이자 <온 투어>로 칸국제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마티외 아말릭이 배우, 연출, 각본을 맡았다. 에스더 역의 스테파니 클레오는 배우 겸 공동각본가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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