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원승환 독립영화전용관 확대를 위한 시민모임 이사
김선 감독의 <자가당착: 시대정신과 현실참여>(이하 <자가당착>)가 9월12일 개봉할 예정이다. 2010년 제작되어 2011년 베를린국제영화제 등에서 열띤 호응을 받은 영화는,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2011년 6월과 2012년 9월 두 차례나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았다. 제한상영관이 없는 현실에서 상영금지나 다름없는 결정이기에 제작진은 서울행정법원에 ‘제한상영가등급분류결정취소’ 소송을 냈다. 2014년 7월 법원에 의해 최종적으로 제한상영가 등급이 취소됐고, 다시 1년여가 지난 지금 드디어 관객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자가당착>은 서울지역 독립예술영화전용관을 중심으로 우선 개봉한 후 로드쇼 방식으로 전국의 관객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개봉을 앞둔 김선 감독은 “영화 그 자체를 온전히 경험하는 것도 좋지만, 이 영화의 어떤 장면들이 제한상영가 등급의 원인이 되었을지 따져보며 관람하는 것도 흥미로운 관람 방법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국내에서는 제작 후 5년여 만에 개봉되는 것이지만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2013년 6월, <포돌이군의 가족잔혹사 X- 한국의 밤과 안개>라는 제목으로 이미 개봉됐다. <자가당착>에 대한 일본 관객의 반응은 다양했다. 얀 스반크마예르나 퀘이 형제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의 초현실주의적 스타일에 관심을 갖는 관객도 있었고, 영화가 풍자하는 한국 정치의 현실을 궁금해하는 관객도 있었다. 그리고 왜 이 영화가 한국에서는 금지되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도, 영화가 기대보다 흥미롭지 않다는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정작 자국의 관객은 지금까지 이 영화를 제대로 볼 수 없었다.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정식 개봉으로 <자가당착>을 볼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이다. 이제 영화에 대한 평가는 온전히 관객의 몫이 되었다. 어떤 평가가 나올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개봉은 하지만 사정이 좋은 편은 아니다. 권력에 비판적인 영화의 상영이 극도로 제약받는 현실에서 관객은 제대로 <자가당착>을 만날 수 있을까. 과연 몇개의 스크린에서 상영될 수 있을까. <다이빙벨>의 상영을 거부했던 영화진흥위원회의 독립영화전용관 인디플러스는 이 영화를 상영할까.
지금까지 <자가당착>은 상영등급분류 제도에 의해 표현의 자유를 제한당했다. 법원의 판결로 간신히 자유를 되찾았지만, 법적 근거도 없는 또 다른 검열 행위를 맞닥뜨릴지도 모른다.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 것은 여전히 영화인과 관객의 몫이다. <자가당착>의 개봉을 지지하며, 진심으로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