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아유]
[who are you] 연주를 지켜라
2015-08-18
글 : 김현수
사진 : 오계옥
<오늘영화> 정연주

영화 2015 <유정-스며들다>(가제) 2015 <앨리스: 원더랜드에서 온 소년> 2014 <오늘영화> 2013 <리턴매치>

드라마 2015 <초인시대> 2015 <선암여고 탐정단> 2014 <마녀의 연애> 2013 <오로라 공주> 2013 <학교 2013> 2012 <드림하이2>

“그게 왜 궁금해요?” 처음 만나 여러 질문을 던지는 기자에게 정연주는 질문의 속뜻을 자주 되물었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두 눈썹을 바삐 움직이며 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말주변은 없으니 표정으로라도 나를 표현하려는 거죠. 감정을 숨기지 않는 게 몸에 배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마음에 담아두기 싫으니까. 뭐든 알아달라고.” 말보다 표정이 남들보다 반 박자 앞서는 그녀와의 인터뷰는 종종 질문자와 답변자의 위치가 뒤바뀐 채로 진행됐다. 당신이 먼저 보여주면 나도 보여주겠다는 듯 궁금증이 풀린 그녀의 대답은 솔직했다.

정연주는 “오래 알고 지냈던” 윤성호 감독과 옴니버스영화 <오늘영화>의 첫 번째 단편 <백역사>에서 이름도 없는 ‘여자’ 역을 맡았다. 만둣집에서 일하는 여자는 느닷없이 공장에 다니는 ‘남자’가 찾아와 데이트 신청을 하자 무작정 따라나선다. 남자의 어설프지만 저돌적인 구애에 “우리 어디 좀 들어가자”고 맞장구치는 여자다. “촬영 전에 나름대로 캐릭터를 설정하고 꾸며서 갔더니 감독님이 화를 내더라”며 평소대로 하라는 지시에 “그냥 내 모습대로 연기했다”. 누군가가 진심을 건네면 자신의 진심을 얹어서 되돌려주는 데 걸리는 시간이 상당히 빠른, 가식 없고 솔직한 캐릭터에는 정연주의 실제 성격이 일정 부분 반영됐다. 이토록 드러내는 데 거리낌이 없는 그녀의 성정은 영화나 드라마, 그리고 최근까지 활동했던 <SNL 코리아> 시즌6에서도 고유의 캐릭터로 자리잡았다. 그녀는 몸에 꼭 맞게 재단된 교복을 입고 생머리를 흩날리다가도 어느새 다리를 떨며 누군가에게 시비를 거는 왈가닥 일진 여고생으로 변신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것은 대부분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 앞에서 “꺼내어 펼쳐 보이기 편한 역할” 정도였을 뿐이다. ‘농심 큰사발 국면체조’ CF에서 우스꽝스러운 춤을 선보였을 때도, 귀신 들린 듯한 막춤을 보여줬던 <SNL 코리아> 시즌6 오디션 영상이 온라인에 공개됐을 때도 그녀는 한번도 배우로서 “망가졌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무리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거친 육두문자를 내뱉는 역할을 맡아도 본래 지니고 있는 환한 미소가 손상되지 않는 건 배우 정연주만의 강력한 무기다.

데뷔 이후 지금껏 힘들었던 순간이 언제였냐고 묻자 “원래 아픈 기억은 담아두지 않는다”라며 웃는 정연주는 최근 TV와 드라마를 통해 보여줬던 명랑한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멜로영화 <유정-스며들다>를 찍었다. 그녀가 맡은 역할은 연상의 유부남과 격정적인 관계로 발전하는 여고생이다.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가 “얼마만큼의 설득력을 지닐지 궁금해서” 완성된 영화가 빨리 보고 싶단다. 그보다 앞서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는 출연작은 허은희 감독의 <앨리스: 원더랜드에서 온 소년>이 될 것 같다. 판타지와 호러, 멜로가 뒤섞인 이 영화에서 그녀가 맡은 역할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자세한 설명은 어렵지만, “연기를 하나의 놀이처럼 편하게 여기도록 만들어준 작품”이라고. 여전히 “어떤 매력을 지녔는지” 잘 모르겠고 때로는 “나를 포장하는 법이 필요한 건 아닐지” 고민도 되지만 그 혼란 속에서도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면, 관객의 마음을 쥐고 흔들 정연주의 미소와 진심은 가려지지도 사라지지도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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