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세편의 단편을 묶은 옴니버스영화 <오늘영화>
2015-08-19
글 : 정지혜 (객원기자)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작인 <오늘영화>는 세편의 단편을 묶은 옴니버스영화다. 첫 번째는 윤성호 감독의 <백역사>. 공장에서 일하는 종환(박종환)은 나이트클럽에서 부킹으로 만난 연주(정연주)가 일하는 중국집으로 무작정 찾아간다. 용케 데이트가 성사된 두 사람은 부랴부랴 영화관으로 향한다. 그사이 돈이 없는 종환은 짬짬이 일하는 실내 야구장에 들러 가불까지 청한다. 우여곡절 끝에 영화관 데이트는 시작됐지만 두 사람 다 영화에는 관심이 없다. 불꽃같은 키스 후 둘은 다음 코스를 향해 서둘러 영화관을 빠져나간다. 두 번째는 강경태 감독의 <뇌물>이다. 영화과 학생 대일(백수장)은 졸업작품을 준비 중이다. 촬영한 화면을 친구, 선배, 출연 배우에게 보여주지만 번번이 핀잔뿐이라 의기소침해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영화는 계속해서 대일이 찍은 영화 속 영화로 이어진다. 무엇이 영화이고, 무엇이 진짜인지 알쏭달쏭하다. 세 번째 영화는 이옥섭, 구교환 감독의 <연애 다큐>다. 감독 지망생 교환(구교환)과 배우 지망생 하나(임성미)는 연인 사이다. 두 사람은 영화제 사전제작지원을 받기 위해 기획안을 제출하지만 합격 통보를 받기도 전에 그만 이별한다. 둘의 영화는, 관계는, 과연 어떻게 될까.

‘나의 영화, 나의 영화제’라는 주제로 서울독립영화제가 시나리오 공모를 통해 제작지원을 결정한 작품들이다. 윤성호 감독은 특유의 재기를 조금 덜고 연애 초입에 들어선 연인의 엉뚱하고 저돌적인 모습을 담담히 그렸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단편소설 <뇌물>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구성은 러시아인형 마트료시카처럼 보이게 했다는 <뇌물>은 도발적인 내용과 형식의 실험이 돋보인다. <연애 다큐>는 일종의 페이크 다큐멘터리다. <왜 독립영화 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2013), <거북이들>(2011) 등을 통해 연출, 각본, 연기를 두루 소화해온 구교환 감독과 <4학년 보경이>(2014), <라즈 온 에어>(2012) 등을 연출한 이옥섭 감독이 연애와 영화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담았다. 상큼한 <백역사>로 시작해 진한 <뇌물>의 맛과 <연애 다큐>라는 달콤 쌉싸래함까지 두루 음미해볼 수 있게 한 멜로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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