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눈과 귀가 먼 소녀 마리에게 가르치는 세상 <마리 이야기: 손끝의 기적>
2015-08-19
글 : 문동명 (객원기자)

눈과 귀가 먼 소녀 마리(아리아나 리부아)의 부모는 딸을 라네이 수도원에 맡기려 하지만 거절당한다. 마리의 자유로운 영혼을 본 마가렛 수녀(이자벨 카레)는 자신이 마리를 가르치겠다고 설득해, 그녀를 수도원으로 데려온다. 하지만 누구와도 소통해본 적 없는 마리를 대하는 건 쉽지 않은 일. 오랜 고생 끝에 드디어 마리는 마가렛의 가르침을 받아들이게 되고 매일 눈에 띄게 밝아지지만, 마가렛의 병세는 점점 나빠져간다.

<마리 이야기: 손끝의 기적>은 침묵 속에서 마리가 수녀원으로 향하는 장면으로 연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영화는 전적으로 마리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영화의 특히 아름다운 순간이 갑작스레 찾아온다는 것은, 연출의 방향이 마리의 자유로운 행동을 따라간다는 지표다. 나무에 오른 마가렛이 내민 손에 마리의 손에 포개질 때, 수개월이 지나도록 악다구니를 부리던 마리가 갑자기 마가렛 수녀의 뜻에 따라 수화를 따라할 때의 감동은, <마리 이야기…>가 마가렛의 교화보다는 마리 스스로의 깨달음에 무게를 두었다는 전제 아래 더 묵직한 쾌감을 안긴다. 마가렛 수녀가 깊은 인내 끝에 마리에게 세상을 가르치고 순교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도 흥미로운 드라마를 선사한다. 이자벨 카레가 표현한 마가렛 수녀의 절개와 열정은 마리 역의 아리아나 리부아의 분방한 몸짓과 함께 <마리 이야기…>를 움직이는 또 하나의 축이기 때문이다. <웃는 남자>(2012)를 연출한 프랑스 감독 장 피에르 아메리스의 신작이다. 지난해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서 버라이어티 피아제 그란데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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