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가족 드라마와 케이퍼 무비를 접목시킨 이야기 <더 포저>
2015-08-19
글 : 문동명 (객원기자)

세계 최고의 미술품 위조가 레이(존 트래볼타)는 암을 선고받은 아들 윌(타이 셰리던)을 만나기 위해 범죄조직의 힘을 빌려 일찍 감옥에서 나온다. 그리고 그 대가로 모네의 <파라솔을 쓴 여인>을 훔쳐 위조품과 바꿔놓아야 하는 작전을 수행해야 한다. 아버지 조셉(크리토퍼 플러머)과 윌은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 레이를 낯설어하지만 곧 세 사람은 여느 가족처럼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가족 드라마와 케이퍼 무비를 효율적으로 접목시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가족의 정을 강조하는 영화의 잔잔한 무드와 케이퍼 무비 특유의 재빠른 리듬은 서로 섞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둘을 접목한 듯한 이야기의 <더 포저>는 가족 드라마쪽에 방향을 둔 채 느긋하게 흘러간다. 영화의 색깔을 결정지을 법한 모네의 작품을 위조하는 과정은, 모네가 부인과 아들을 화폭에 담았다는 의미를 강조해, 레이의 부성애를 강조하는 기능으로 배치됐다. 하지만 영화의 속도감 있는 추격 신이 (그림을 훔치는 과정도 아닌) 윌의 소원을 위해 찾은 사창굴에서 경찰을 피해 도주하는 대목에 쓰였다는 건 애초의 방향을 감안하고서도 맥 빠지는 결정이다.

가족 드라마로서는 만족스러운 편. 특히 존 트래볼타와 타이 셰리던이 만들어내는 부자지간의 느낌이 만족스럽다. 레이가 윌의 바람을 따라 오래전에 헤어진 아내를 만나고, 아버지와 자신이 과거에 저질렀던 범죄를 윌에게 고백하는 대목이 노골적인 파토스 없이도 잔잔한 감동을 선사할 수 있는 건 두 배우의 존재감 덕에 가능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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