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장 끌로드 반담의 액션영화 <파괴자>
2015-08-19
글 : 이예지

납치구출 전문가 디컨(장 클로드 반담)은 피에 젖은 채 필리핀의 한 호텔 욕조 안에서 눈을 뜬다. 몸에 남겨진 수술 자국을 보며 자신이 신장을 뺏겼다는 것을 알게 된 디컨. 아픈 조카에게 신장이식을 하기 위해 필리핀에 온 디컨은 동생 조지(존 랄스턴)와 친구 컹(아키 알레옹)과 함께 빼앗긴 신장을 찾기 위해 장기밀매조직을 찾아나선다.

장 클로드 반담이 액션배우로서 전성기를 되찾고자 했으나, 꿈에 그쳤다. 영화가 만들어진 연도를 다시 확인해봐야 할 정도로 올드한 건 둘째치고 한국의 아침드라마 같은 작위적인 신파까지 추가되어 영문 모를 스릴러가 됐다. 자신의 신장을 찾아 조카에게 주려 한 것에 대한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고, 동생과는 애증관계였다는 등의 가족사는 신파적이고, 빠른 호흡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은 짜놓은 것처럼 맞아떨어진다. 요즘 영화에서는 보기 힘든 과도한 우연성에 의존하는 것이다.

이야기는 납치구출 전문가라 살인에 능하다는 모호한 직업을 지닌 형과 걸핏하면 하느님을 찾는 신학교수인 동생이라는 이분법적 도식을 설정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그들이 지키고 싶었던 조카이자 딸에 대한 이야기, 나아가 사랑한 한 여자의 이야기로 수렴한다. 한국의 아침드라마를 보는 듯한 불량식품 같은 재미는 확실히 있다. 이제 육탄전은 힘겨운 장 클로드 반담의 사격에 적들이 추풍낙엽처럼 스러지는 액션도 단순하지만 머리를 비우고 볼만하다. 빠른 전개와 멜로드라마틱한 신파, 손쉬운 액션, 종종 헛웃음이 나오지만 킬링타임용 무비로는 무리 없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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