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한순간의 실수로 벌어진 한여름의 소동극 <원 와일드 모먼트>
2015-08-26
글 : 박소미 (영화평론가)

유람선 한척이 지중해를 가로질러 남프랑스의 작은 섬, 코르시카로 향한다. 오랜 친구인 로랑(뱅상 카셀)과 앙투안(프랑수아 클루제)은 각자의 딸 마리(앨리스 이자스)와 루나(로라 르 란)를 데리고 섬에서 휴가를 보내려 한다. 중년의 아버지들은 한적한 코르시카의 별장에 만족하고 10대의 딸들은 화려한 해변의 클럽에 환호한다. 마리가 클럽에서 만난 또래의 남자친구와 어울릴 때 루나는 로랑에게 매력을 느끼기 시작한다. 밤바다의 분위기에 취한 루나는 대담하게 로랑을 유혹하고 술에 취한 로랑은 그 유혹을 거절하지 못한다. 이튿날 로랑은 지난밤의 실수를 수습하려 하지만 루나는 이미 그와 사랑에 빠졌다. 이후 루나는 마리와 앙투안 앞에서도 서슴없이 애정을 드러내 로랑을 곤란하게 만든다.

마흔이 넘는 남자를 사랑하게 된 열일곱 소녀. 하지만 <원 와일드 모먼트>의 관심사는 금지된 사랑이나 위험한 욕망이 아니다. 대신 영화는 파격적인 소재를 희극적으로 풀어가는 노선을 택한다. 로랑과 루나가 보낸 하룻밤(one wild moment)은 이후 인물들을 곤경에 빠뜨리기 위한 영화의 짓궂은 덫과 같다. 오프닝에서 차를 타고 코르시카의 해변도로를 달릴 때까지만 해도 한없이 평화로워 보였던 네 인물의 관계도는 한순간(one moment)의 실수로 바닥에 쏟아진 퍼즐처럼 제멋대로(wild) 흐트러진다. 루나가 사랑하는 상대는 아버지의 절친한 친구이자 그녀의 절친한 친구의 아버지다. 사랑에 눈이 먼 루나, 루나의 돌발행동에 절절매는 로랑, 둘의 관계를 눈치챘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화가 난 마리, 사정도 모른 채 로랑에게 자신의 딸과 만난 중년의 남자를 찾아달라고 부탁하는 앙투안. 네 인물의 상황을 모두 알고 있는 관객에게 영화는 한여름의 시끌벅적한 소동극으로 변한다. 하지만 다소 평면적인 캐릭터 때문에 복잡하게 얽힌 상황이 의도한 만큼의 긴장감을 주었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가령 루나는 특별한 계기 없이 로랑에게 빠져든 뒤 그가 무슨 말을 하든지 아랑곳하지 않고 그를 계속 열렬히 사랑한다. 영화는 두 아버지와 두딸이라는 네개의 매듭을 대담하게 엮어낸 뒤 이를 예측 가능한 선에서 안정적으로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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