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메릴 스트립의 또 한번의 연기 변신 <어바웃 리키>
2015-09-02
글 : 박소미 (영화평론가)

메릴 스트립이 록가수를 연기하며 또 한번의 변신을 꾀했다. 리키(메릴 스트립)는 20여년 전 뮤지션의 꿈을 좇아 가족 곁을 떠난 뒤 록밴드의 보컬이 되었다. 이후 남편은 재혼을 했고 아이들은 성인이 되었으며 리키에게도 새로운 애인이 생겼다. 그러던 어느 날 전남편으로부터 딸 줄리(마미 검머)가 이혼 직후 힘들어하니 도와달라는 전화가 온다. 리키는 인디애나폴리스의 가족들을 찾아가지만 세 남매는 그녀를 환영하지 않는다.

<어바웃 리키>는 장점과 단점이 뚜렷한 영화다. 조너선 드미 감독이 <레이첼 결혼하다>(2008)에서 결혼식을 위해 모인 가족 내부의 균열을 홈비디오의 질감으로 생생하게 드러냈던 솜씨를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유사한 소재에서 출발한 <어바웃 리키>가 실망스러울 수 있다. 가족 영화의 전형적인 틀을 거의 벗어나지 않아 기시감이 드는 에피소드들이 공식처럼 이어지는 데다 연출도 평범하기 때문이다(각본을 쓴 디아블로 코디는 <주노>로 화려하게 데뷔한 이후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바웃 리키>에는 마음을 움직이는 장면들이 있다. 메릴 스트립이 노래를 부르는 순간들이 그렇다. <프레리 홈 컴패니언>(2006)에서 컨트리송과 포크송을, <맘마미아!>(2008)에서 뮤지컬을 능숙하게 소화해낸 메릴 스트립은 <어바웃 리키>에서도 거침없는 노래는 물론 기타 연주에서부터 밴드 특유의 친밀한 공기까지 모두 섬세하게 재현해낸다. 올해로 66살인 메릴 스트립이 스모키 화장을 하고 록음악을 부르며 무대를 장악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아들의 결혼식에 참석할지 고민하던 그녀에게 바텐더가 내뱉은 대사, “당신 없인 멋진 그림이 나올 수 없어”(it can’t be sexy without you)를 고스란히 돌려주고 싶어진다. 전반적으로 밋밋한 영화의 톤이나 가족의 화해라는 고루한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서사에 초점을 맞춘다면 팔짱을 끼고 심드렁하게 영화를 볼 것이고 음악영화로 노선을 바꾼 후반부의 연주 장면들에 집중한다면 무리 없이 영화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메릴 스트립이 <맨츄리안 켄디데이트>(2004) 이후 조너선 드미와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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