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화려한 액션이 선사하는 말초적인 쾌감 <히트맨: 에이전트 47>
2015-09-02
글 : 문동명 (객원기자)

유전자를 조작해 정신과 감정을 없애고 뛰어난 육체적 능력을 극대화시킨 에이전트 47(루퍼트 프렌드). 이를 만든 리트벤코 박사가 자취를 감추자 에이전트 프로젝트는 중단되고, 테러리스트 집단 신디케이트는 박사의 딸 카디아 반 디스(한나 웨어)를 추적한다. 47 역시 카디아를 찾아오고, 본능적으로 위기를 감지한 그녀는 도망치던 중 존 스미스(재커리 퀸토)를 만나 미국 대사관 앞에서 총을 쏴 체포되면서 몸을 숨긴다. 카디아와 존은 대사관에 찾아온 47의 공격을 피하지만, 다시 피신처까지 찾아온 47은 존을 쓰러트리고 카디아를 데려간다. 47은 카디아를 해치기는커녕 그녀가 에이전트 90임을 깨닫게 해주고, 함께 리트벤코를 찾아나서기로 한다.

덴마크의 성공한 게임 시리즈 <히트맨>을 토대로 자비에르 젠스 감독이 연출한 영화 <히트맨>(2007)의 리부트판. 시리즈의 새로운 시작을 꾀하는 버전이지만, 전작의 각본을 썼던 스킵 우즈가 다시 이야기를 썼다. <엑스맨 탄생: 울버린>(2009), <다이하드: 굿 데이 투 다이>(2013) 등 박력 있는 액션영화를 주로 써온 스킵 우즈의 작품인 만큼 무적에 가까운 47이 선보이는 화려한 액션 신들이 대거 등장해 말초적인 쾌감을 안긴다. 하지만 같은 작가의 참여로 <히트맨: 에이전트 47>은 2007년작의 단점을 고스란히 답습한다. 서사는 혼란스럽고 인물들이 말하는 대사는 하나같이 촌스럽다. 소설이나 만화 등에 비해 인물이 납작한 게임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이기 때문에 더더욱 캐릭터 설정에 공을 들여야 할 테지만, <히트맨: 에이전트 47>은 47 특유의 스킨헤드와 빨간 넥타이가 곁들여진 슈트의 이미지만 빌려온 수준에서 머물고 만다. 초반에 각각 선과 악처럼 보였던 존 스미스와 47의 전환을 비롯해 영화는 인물들의 설정에 자잘한 반전을 곁들여가면서 가까스로 이야기를 끌고 가지만, 애초에 캐릭터의 결이 미미하기 때문에 점점 서사의 방향만 흐릿하게 만든다. 짧은 시간에 주목을 이끌어야 하는 뮤직비디오•CF 감독 출신이어서일까, 알렉산더 바흐는 허술한 시나리오를 극복하지 못하고 장편영화에 필요한 긴 호흡에 대한 한계를 드러내며 데뷔전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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