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외계인이 설파하는 단순함의 가치 <피케이: 별에서 온 얼간이>
2015-09-02
글 : 김소희 (영화평론가)

벌거벗은 외계인(아미르 칸)이 우주선을 통해 지구에 도착한다. 그의 목에는 범상치 않은 목걸이가 걸려 있다. 목걸이는 외계인이 행성으로 돌아가기 위해 쓰이는 도구다. 한 고물상이 외계인의 목걸이를 훔쳐 달아나면서 외계인은 영영 자신의 행성으로 돌아가지 못할 위기에 처한다. 그 시각 벨기에에서는 파키스탄 남자 사파라즈와 인도 여성 자구의 사랑이 진행 중이다. 결혼까지 약속한 두 사람은 종교의 차이에 의한 부모의 반대로 석연치 않게 이별한다. 그로부터 6개월 뒤 델리에서 자구와 외계인이 만난다. 외계인은 목걸이를 찾아 라자스탄에서 델리로 왔고 자구는 언론사에 취직하면서 이곳에 왔다. 외계인은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는 탓에 술 취한 사람이라는 의미의 피케이(PK)로 불린다.

<세 얼간이>(2009)의 라지쿠마르 히라니 감독이 아미르 칸과 다시 한번 감독과 주연배우로 호흡을 맞췄다. 단순함의 가치를 설파하던 감독의 관심사는 여전하다. <세 얼간이>에서 학계와 학문 전반에 대한 비판을 가한 감독은 이번에는 종교에 대한 비판을 시도한다. 황당하기 그지없는 외계인이라는 설정은 인간의 행태를 순수한 눈으로 들여다보게 하기 위한 조건이다. 어쩌면 당연한 말과 행동이 설득력을 갖는 것은 관객으로 하여금 외계인의 시각에 동화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피케이의 말을 믿지 못하다가 점점 그의 말을 믿게 되는 영화 내부의 과정이 스크린 밖의 관객에게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친다. 종교에 대한 문제를 부각하는 동시에 한편의 영화, 나아가 예술에 대한 믿음의 문제를 조용히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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